박용성(60)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그는 지금 1백16년된 "아날로그형" 상의조직을 철거하고 "e비즈형 네트워크"로 재건축하는 일에 몰두해 있다.

설계도면을 직접 그린 건축설계사이자 현장을 지휘하는 현장감독이다.

"굴뚝산업에 정보통신의 날개를 달자"

지난날 9일 17대 상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전통 제조업체들이 정보통신 기술을 도입, 효율을 높이자는 것.

상의는 이를 위해 5만여 상의 회원사를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망으로 엮기 위한 홈페이지 제작과 데이터 베이스 구축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80년대부터 컴퓨터를 익혀 컴도사로 통하는 박 회장은 전국 상의조직을 돌며 전자상거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전통산업과 정보통신의 접목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 회장의 선친인 박두병 두산그룹 2대 회장은 지난 60년대말부터 6년간 "한강의 기적" 시대에 상의 회장을 맡아 상의 조직의 기초를 다져 놓았다.

30년 세월을 뛰어 넘어 고 박 회장의 3남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사이버경제 기적"을 이뤄내자"며 팔을 걷어붙였다.

부자(父子)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디지털경제시대의 도래와 부전자전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박용성 회장은 외환위기 이전 남들보다 앞서 1백년 역사를 지닌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구조조정의 전도사"란 별명을 얻었다.

지금도 두산과 벨기에 인터브루가 50대 50으로 합작한 OB맥주의 회장으로서 경영을 맡고 있다.

그의 이력서를 보면 유복한 집안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경영인"이란 제목을 뽑을 만하다.

서울출신으로 명문학교(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뉴욕대 석사)를 졸업하고 두산 경영자의 길을 걸어왔다.

국제유도연맹 회장 등 체육계 직함과 사진촬영이란 고상한 취미에서 바쁘게 살면서도 인생을 즐기는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맘만 먹으면 좀 더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그가 다소 느슨해진 상의조직을 e비즈 마인드로 무장한 "맏형 경제단체"로 변신시키겠다고 나선 이유는 뭘까.

명예욕 때문일까.

답은 그의 좌우명인 "근자성공(勤者成功:부지런한 사람만이 성공한다)"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