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의 새로운 도약은 세계 무대를 발판으로..."

한국 벤처 업계에 세계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기업들이 지난해 해외 직접투자 공시를 낸 것은 모두 20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5월말 현재로만 65건을 넘어서고 있다.

"열풍"이라고 부를 만한 러시다.

코스닥에 등록되지 않은 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요즘 부쩍 늘어나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차 해외로 나가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 벤처 CEO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중국진출을 준비중인 베베타운의 박신영 사장은 말한다.

"네트워킹 벤처투자"란 책에서 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 전략을 소개한 삼성물산 골든게이트 문영우 본부장은 "해외진출 열풍은 글로벌리제이션 없는 벤처의 미래는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각 나라의 벤처전쟁엔 국경이 이미 없어졌다는 것.

아울러 잇따른 첨단 기술벤처에 대한 평가절하와 과열경쟁에서 오는 수익성 감소를 "세계화"라는 새로운 카드로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좁은 한국을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제2의 벤처전성기"를 꿈꾸고 있는 셈이다.

해외진출 유형은 현지 및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의 직접투자외에 <>기술.정보 교류를 위한 전략적 제휴 <>수익추구를 위한 해외 마케팅 강화 <>외자유치 등으로 나눠진다.


<>외자유치와 마케팅 강화=네스테크(대표 최상기)는 유로시장에서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해 1천만달러의 외자를 끌어들이는 데 최근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과 수출에 더욱 힘을 쏟아 미국 스냅온 그룹과 호주 하다사 등에 1백50만 달러 상당의 자동차 진단기기를 최근 수출하기도 했다.

남아공 슬로베니아 네덜란드 등 7개국과도 1백만달러 어치를 수출키로 가계약을 마친 상태.

지난해 매출(1백16억원)의 40%가량을 해외 1백60여개국으로의 직수출로 올린 네스테크 최 사장은 "국내 자동차 진단기기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새로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선보인다=메디다스(대표 김진태)는 건강관리 서비스로 일본 시장을 노크했다.

토쿄에 설립한 "메디다스 재팬"에서 의료상담을 해주는 "헬스재팬(www.healthjapan.net)"을 선보인 것.

아울러 중국에 설립한 "메디다스 그레이터 차이나"에서도 중국판 건강샘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를 벗어나 더 큰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내려는 인터넷 벤처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작법인을 설립한다=B2B 업체인 카니스디지(대표 최규복)는 합작법인 설립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

이 회사는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4개의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하고 최근 중국 핵총업공사,일본 이토추상사,태국 타이리디벨롭먼트그룹(TRG),말레이시아 에스튜트시너지와 각각 제휴를 맺었다.

카니스디지는 기술 솔루션을 대고 현지 파트너는 자본과 인력을 공급한다.

최 사장은 "공동 구매와 판매를 하는 효율적인 국제 네트워크를 만들어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정보를 제휴한다=바이오 벤처기업인 유니젠(대표 이병훈)은 최근 미국의 UPI사와 기술 및 정보공유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천연 식물로부터 신물질을 분석.추출해내는 유니젠의 기술과 인체 유전정보와 천연 물질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는 UPI가 협력하기로 한 것.

이 사장은 "선진 기술을 받아들여 식물 추출 식품와 의약품을 개발해내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없나=벤처기업의 해외진출에 대한 경계의 소리도 적지 않다.

"해외진출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각오가 필수적인 것 같다"고 최근 중국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박인수 SL시스템즈 사장은 털어놨다.

피상적으로 현지법인이나 공장을 세우고 제휴를 맺는 모습에서 벗어나 내실있는 성과를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마일스톤벤처투자의 서학수 사장은 "지사장 한 명만 파견해놓고 간판만 내거는 무늬만 해외진출도 적지 않다"며 "홍보나 선전을 위해 겉치레식으로 해외진출을 내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실적과 기반을 다지고 낸 다음 해외진출에 나서야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벤처기업들도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새로 떠오르는 큰 시장이라며 무턱대고 중국진출을 시도했던 많은 기업들이 관습과 제도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의 쓴 맛을 보기도 했다.

산은캐피탈의 김철영 부장은 "아직 해외진출의 역사가 짧아 인지도도 낮고 마케팅과 기술력이 뒤지는 경우도 많다"며 "해외진출의 알찬 열매를 얻기 위해선 뚜렷한 사업계획을 갖고 치밀한 실사과정을 거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따끔하게 충고했다.

<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