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은행경쟁력 강화와 합병을 동일시하면서 합병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실무자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합병을 통해 부실을 털어내자는 의도인 것 같은데 부실해소도 중요하지만 추가 부실이 발생하지 않게하는 장치 마련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

19일 오후.

기자가 참석한 한 강좌에서 있었던 토론내용이다.

참석자는 대부분 은행의 실무간부진.

자유토론이었던 만큼 은행원들이 일선에서 느끼는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이 여과없이 쏟아졌다.

합병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추가부실방지 대책 등이 없이 합병만 강요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 주조를 이뤘다.

"주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업체의 경우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문제를 결정하는 주체는 은행이 아닌 감독당국"이라며 "결국엔 관치가 문제"라는 하소연도 터져 나왔다.

지난 주말 투신협회에서 열린 투신사 사장단회의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날 안건은 정부가 제시한 "대우 담보CP(기업어음)를 80%에 자산관리공사에 파는 방안"을 수용하느냐 여부.

"작년 7월 돈을 지원할 때 1백% 책임지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기억하는 투자자가 많은 이상 이를 사장단이 받아들이는 건 업무방기"라는 게 이날 토론의 결론이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급할 때는 "걱정하지 말라"며 돈을 지원하도록 해놓고 이제와서 "나몰라라" 발을 빼면 어떻게 협조할 수 있겠느냐"는 불만도 토로했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이 소집한 은행 및 보험사의 자금 및 증권담당자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상업적 수요가 있는 경우 10조원의 채권형펀드를 조성한다고 해놓고 기금을 금융기관에 강제할당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발상"이라거나,"정부가 책임도 지지 않을 거면서 B급채권을 사기 위해 강제로 돈을 내라는 것이 문제"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금융시장이 어렵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무색할 정도다.

정부에서도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온갖 방안을 발빠르게 내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2년여동안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시장참가자들로부터 얻은 신뢰점수는 낙제점에 가까운 것 같다.

정부의 신뢰회복노력이 시장살리기 못지 않게 중요한 시점이다.

하영춘 증권1부 기자 hayoung@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