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술을 편다는 의사들이 어떻게 생명을 담보로 자기 권리를 탐할 수 있습니까"

의료계의 집단 폐업 첫날인 20일 오전 10시께 서울 을지로6가 국립의료원 응급실에 숨이 금방이라도 넘어갈듯한 30대 환자가 병원 파업으로 12시간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다 급히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의식불명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 93년부터 7년여동안 공황장애를 앓아온 정모(39.무직.서울 성북구 미아동)씨는 폐부종에 심장부정맥 증세를 보여 응급치료도 받지 못한 채 전날밤 사경을 헤매다 이날 오전에야 국립의료원 응급실에 도착해 응급처치를 받았다.

정 씨는 응급처리를 받고 멎었던 심장이 뛰기 시작했으나 이날 오후 3시40분 현재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위태로운 상태다.

정 씨의 병세가 악화된 것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몇차례나 병원진료를 거부당한 끝에 이 병원으로 오느라 응급처방이 무려 12시간이나 지체됐기 때문.

정씨는 19일 오후 10시께 오한이 있어 감기약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갑자기 몸이 뒤틀리는 증세를 보여 고려대 구로병원과 강남 성모병원에 급히 연락을 했으나 "내일부터 폐업에 돌입하기 때문에 치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정 씨는 고통을 삼키다 오후 11시께 동네 병원에 들러 겨우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20일 오전 3시께 또다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또 동네병원으로 갔으나 "위독하니 큰 병원으로 옮겨라"는 말을 듣고 수소문끝에 오전 10시께야 국립의료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호흡곤란증세에다 전신이 마비돼 생명이 위태로운상태였으나, 이 병원도 환자들이 몰려 의사가 제때 응급처치를 취하지 못해 한참을기다리다 겨우 한숨을 돌리는 처방을 받았다.

부인 장모(40.여)씨는 "남편의 병력이나 약물 데이터가 없어 제대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평소 치료받던 큰 병원들이 치료를 거부해 너무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렸다.

응급치료에 나선 이 병원 전문의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심장이 멎었으나 간신히 살려놓은 상태로 약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상태"라며 "깨어나더라도 언제 심장쇼크가 올지 몰라 중환자실로 옮기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