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직.간접 금융시장의 균형있는 발전,그 가운데에서도 증권시장의 활황을 고도 경제발전의 꽃으로 평가한다.

1929년 대공황 이후에는 체제경쟁의 핵심부문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따라서 각국은 증권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제도와 시책을 마련하는 데 지혜와 힘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고 증시가 활황을 이루되 실적과 괴리된 채 과도한 가변성을 보이고 과열과 급냉을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예측가능성을 낮추고 효율적인 자본조달과 배분을 불가능하게 하는데다 심하면 시장기구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 이후 미국 증시는 과거 1백50년 동안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초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월의 PER(주가수익률) 44는 1929년 대공황 직전 9월의 PER 33보다 훨씬 높아서 붕괴에 대한 우려마저 생겼었다.

이러한 시점에 예일대학교 경제학 교수이며 금융전문가인 쉴러(Robert J. Shiller)는 미국 증시과열의 인과를 분석한 "불합리한 과열(Irrational Exuberance)"(Princeton University Press,2000)을 펴냈다.

내용은 5부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미국증시의 초호황 요소를 세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구조적 요소(제1부,2~3장)이다.

인터넷,소비성이 강한 인구학적 요소,낮은 세율,투자성향이 높은 전문가 집단의 부상을 중심으로 하는 가속력과 이를 증폭시키는 폰지효과(Ponzzi effect)가 그 예다.

둘째는 문화적 요소(제2부,4~6장)다.

대중매체의 충동이 투기적 거품을 야기하고 투기성향의 새시대적 경제사고도 이를 부추긴다.

대중매체와 투기성향의 경제사고는 경제활력에 대한 기대를 한 방향으로만 높여서 거품성 증시활황을 가속시킨다.

이 때문에 미연준리의장 앨런 그린스펀이 미국 증시 상황을 "불합리한 과열"로 평가하고 주의를 환기시킨 것이 계기가 되어 이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셋째는 심리적 요소(제3부,7~8장)다.

증시가 활황을 이룰 때는 시장참가자의 기대가 높아져서 역병처럼 일일매매 등 폭발적인 군집행동이 이어진다.

그런데 위 3가지 요소 가운데에는 증시로 하여금 실적장세를 반영하게 하여 결코 불합리하거나 붕괴위험을 내포하지 않는 요소도 있다.

구조적 요소가 그 예고 이를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증시발전의 요체다.

그러나 증시 관찰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PER가 매우 커서 기대수익률이 매우 낮은데도 불확실성하의 주식투자를 통해 기대수익을 높이고자 하는 집단이 있는 한,그것이 비록 과열이라고 해도 제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소액단주 중심의 개인투자자를 제외하면 축적성이 높은 금융자산과 불로소득인 증권매매차익의 한계효용이 매우 낮다.

따라서 불합리한 과열 야기는 물론이고 손익에 관계없이 열풍처럼 투기에 몰두할 수 있다.

미국증시 활황은 이런 복합요인이 작용한 것이나 그 손익에 대하여 정부를 탓하는 정도는 우리보다 매우 작다.

증권시장 참가자들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심리적 요소는 실적보다 거품을 발생시키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증시의 합리적 활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효율화와 랜덤워크(random walk) 등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의한다.

나아가 투자가는 학습을 통해서 합리적 행동지향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본시장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저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