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1일 민주당 고위당직자들로부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자주론''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었다.

김 대통령은 "공동선언문은 합의문이나 공동성명 보다 윗단계인 최고단계의 외교문서"라고 전제, "자주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있지만 정상회담에서 오히려 자주라는 용어가 명확히 정리됐다"며 "자주가 외세배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7.4공동성명에서 3대원칙에 합의했는데 그뒤 북측에서만 자주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반미와 미군철수로 연결되는 개념으로 오해돼왔다"면서 구체적인 예를 들며 자주의 개념을 나름대로 정리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은 남한이 마치 미국에 예속돼있는 것 처럼 말하지만 평양에 온 것이 미국의 지지를 얻고 갔겠느냐.자발적으로 간 것 아니냐"며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98년 현정부의 포용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이 우리의 자주를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94년 북핵위기때 카터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을 성사시킨 것도 자주"라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은 또 "세계화시대의 자주는 외세배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남한이 미국, 일본과 공조하면서 중국 소련과 가깝게 지내는 것처럼 북한도 미, 일과 잘 지내는 게 민족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통일문제에 접점을 찾은 게 의미가 있다"며 "현체제가 오랫동안 가야한다는데 남북이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화해협력 지속여부는 경협과 미, 일 등 주변 4강지지가 계속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경협은 한번 시작하면 몇년씩 걸려 그 과정에서 긴장이 완화되는 측면이 있고 4대국은 남북화해협력을 만들지는 못해도 망치게 할 힘은 얼마든지 있어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자주론을 강조한 것은 자주가 지나치게 외세배격으로 부각되고 있는 점을 경계하면서 용어를 둘러싼 논란에 쐐기를 박기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