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잡아라"

창업투자회사 설립이 꾸준히 계속되는 가운데 벤처캐피털업계가 인력난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실력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를 구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창투사끼리는 심사역 스카우트 문제를 놓고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22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지난달에 설립된 10개를 비롯해 올들어 49개 창투사가 새로 생겨나 창투사 수가 총 1백36개로 불어나면서 유능한 심사역을 확보하려는 벤처캐피털끼리 벤처캐피털리스트에 대한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D창투사는 KTB네트워크에서 경력 3~4년차인 대리급 심사역 2명을 스카우트했다.

이 때문에 KTB네트워크측은 비공식적으로 D창투사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TB네트워크 관계자는 "회사를 바꾸는 것은 결국 개인의 선택이므로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윤리적인 차원에서의 고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경쟁으로 KTB네트워크 산은캐피탈 등 3~4개 메이저 벤처캐피털 출신 심사역들은 다른 업체들로부터 계속해서 전직 제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최근 벤처캐피털에 뛰어든 증권사 은행 등 금융기관이나 대기업 출신 심사역들과 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에 비해 처음부터 제대로 훈련받았고 국내 벤처업계 사정에도 밝아 높은 몸값을 제의받고 있다.

A창투사 소속 S팀장은 "최근엔 거의 한달에 한번씩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며 "인터넷이나 전자 분야에서 나름대로 경력을 쌓은 공대 출신 심사역의 경우는 부르는게 값일 정도"라고 말했다.

스카우트 경쟁이 거세지면서 모 창투사는 최근 심사역 전원으로부터 "회사를 옮기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기도 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 유치경쟁은 기존 창투사는 물론 새로 벤처캐피털을 차리려는 쪽에서도 가세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창투사 설립을 준비중인 K 사장은 "쓸만한 심사역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높은 연봉을 제시해도 투자경력이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얻을 수가 없어 회사설립 일정을 늦추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스카우트 경쟁이 계속되면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이직률이 높아져 이들이 투자한 벤처기업들이 자칫 곤란한 경우를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투자한 기업이 대박을 터뜨릴 경우 주어지는 인센티브에 대한 명문규정을 회사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좋은 벤처캐피털리스트는 현장에서의 풍부한 투자경험을 통해 키워지므로 단기간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코스닥 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져있지만 벤처기업 창업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벤처캐피털리스트 인력난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