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경제제재조치 완화로 북한에서 임가공한 제품의 대미 직수출이 가능해짐에 따라 북한을 해외수출의 우회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있다.

특히 섬유와 전자제품의 경우 낮은 인건비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확보되고 중국이나 동남아제품에 비해 품질이 우수해 수출전망이 밝은 편이다.

지난 92년부터 의류 임가공사업을 진행중인 제일모직은 올해 2천만달러로 매출목표를 5백만달러 상향조정하고 이중 50%를 해외에 판매할 계획이다.

또 그동안 거래하여 왔던 평양에 위치한 2개공장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매출을 늘릴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미수출의 교두보로 삼고 안정적이고 확실한 생산공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 상사도 현재 벌이고 있는 중저가 정장및 캐주얼 웨어 등 의류 임가공 사업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봉제및 원단 공장에 대한 투자를 진행중이다.

또 앞으로 원사공장에 대한 투자도 병행,섬유관련 원료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일관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생산품목도 가방과 배낭,신발 등으로 다양화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전량 내수판매용으로 국내에 반입되고 있지만 북미관계의 개선에 따른 직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패션도 올해 의류 임가공매출액을 지난해보다 50만달러 증가한 3백50만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는 1달간의 유예기간을 둔 잠정조치인데다 원부자재를 남한에서 공급하더라도 북한을 원산지로 인정하는 만큼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과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과 베트남 등과 비교,고율의 관세를 극복해야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중국의 경우 미국과의 정상교역관계(NTR)에 따라 4.2~27.8%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반면 북한은 경제제재 해제 이후에도 최고 90%까지 높은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북한제품이 중국산에 비해 원가가 평균 40%이상 낮지 않으면 가격경쟁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저임금의 활용가치가 높은 일본이나 북한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있지 않는 유럽연합(EU)을 활용하는 방안이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섬유류의 경우 일본은 최혜국(MFN)대우에 따른 특혜관세율이 일반관세와 큰 차이가 없고 유럽연합도 두 관세율의 차이가 10%내외에 불과하다.

캐나다도 지난 86년부터 북한에 대해 섬유수입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어 수출기지로서 활용가치가 높은 편이다.

KOTRA 북한실 관계자는 "베트남의 경우 미국과 국교수립후 4년이 지난 뒤 최혜국대우를 받았다"며 "북한에 대한 생산설비 제공과 함께 일차적으로 유럽과 일본시장을 겨냥한 수출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