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를 넘나들던 시중자금사정이 정부의 잇단 대책발표로 일단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그러나 신용도에 따른 극심한 차별화 현상 때문에 일부 중견 대기업을 중심으로 돈가뭄은 지속되고 있다.

은행권의 반기결산과 채권싯가평가제가 시행이 겹치는 6월말과 7월초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는 자금사정을 정확히 반영하는 잣대로서의 기능을 잃었긴 하지만 22일 연 9.72%와 8.63%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시장 전체를 짓누르던 먹구름은 조금씩이나마 걷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 신용위기는 여전하다 =정부 대책이후 채권에 대한 매기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극심한 신용차별화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는 추세다.

한화증권의 임찬익 채권팀장은 "채권시장에서 트리플B급 이하 회사채는 발행이 여전히 막혀 있다"며 "A급을 제외한 회사채에 대한 거래는 실종된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급전조달 창구로 전락한 기업어음(CP) 시장의 사정은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이다.

만기 보름미만 CP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가운데 최근들어 만기 일주일미만 CP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은행 대출창구도 얼어붙어 있긴 마찬가지다.

하반기 제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 올리기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이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이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금리가 치솟고 있다.

<> 심리적 불안은 다소 진정 =한 채권딜러는 "정부가 가능한 수단을 총망라해 자금난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를 나타냄에 따라 채권 매수심리가 서서히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지표금리가 급락한 것도 이 덕택이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자금경색이 더 이상 악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채권시장의 기대섞인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종금사 예금인출 사태도 정부가 진화에 나선 이후 한풀 꺾인 모습이다.

동양종금의 강원삼 자금부장은 "일부 고객들의 중도환매요구가 있지만 규모가 현저하게 줄어 충분히 대응할수 있다는 판단아래 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올 하반기중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31조원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50%나 많다.

당장 7월 만기 회사채 규모는 6월보다 두배나 늘어난 5조5천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하반기중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가운데 35%가 BB+이하 투기등급 채권이다.

채권투자펀드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대체자금 공급원이 마련되지 않는한 신용도가 낮은 중견기업 부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채권투자펀드에 돈을 내야 하는 은행과 보험업계의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이나 대우담보 CP 상환을 둘러싼 투신권과 금융감독원간의 갈등은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마무리하지 않으면 자금난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위기는 단순한 유동성 공급이나 지원을 넘어 구조조정을 통해 신용불안을 제거하는 근본 처방으로만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힌 업체의 실상을 공개해 옥석을 가려내는 한편 국회동의를 거쳐 충분한 실탄(공적자금)을 마련하는 등 정공법을 구사해야 한다는게 그의 처방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