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인적이 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차 안에서 최형식은 핸드폰을 이용해 황무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울 도심부를 떠난 후 벌써 다섯번째 시도였으나 황무석의 핸드폰이 꺼져 있어 여전히 통화가 되지 않아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남겼다.

최형식은 백미러를 통해 이정숙의 시신이 있는 뒷좌석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얼른 시선을 거두었다.

갑자기 공포가 몰려와 그는 으스스 몸을 떨었다.

이제 차는 포장도로를 벗어나 울퉁불퉁 시골길로 들어섰다.

5년 전,나이 40이 되기 전에 세상을 등진 아내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뚜렷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곳에 머무르고 있을 수 없어 황무석과 연락이 될 때까지 움직이다보니 거의 무의식중에 그곳으로 방향을 잡았을 뿐이었다.

과거에도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나 누군가와 의논할 일이 있을 때 아내의 무덤을 찾은 적이 종종 있었다.

3년 전 어머니가 병환으로 돌아가셨을 때 화장을 한 후 어머니 유언에 따라 유골을 서해안 바다에 뿌린 다음 그곳을 찾았었고,3개월 전 아버지가 북한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그랬었다.

아버지에 대한 상념이 떠오르자 최형식은 아버지를 만날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감옥에 가거나 죽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가 섰다.

그때 핸드폰의 벨이 울렸다.

최형식은 깜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핸드폰을 귀에 갖다대었다.

"형식이니?"

황무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형식은 차를 길 옆으로 세웠다.

"네"

"손님과 같이 있어 잠깐 나와서 전화하는 거야.어떻게 되었어?"

"일이 잘못되었어요"

"어떻게 되었는데?"

황무석이 다급하게 물어왔다.

"사고가 났어요"

"무슨 사고가?"

최형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문을 열었다.

"아저씨가 준 열쇠로는 호텔 방문을 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를 몰고 나오려는데 그 여자도 주차장으로 왔어요.

빨리 빠져나오려다 그만 그 여자를 치고 말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그 여자를 싣고 병원으로 가는 도중 그 여자가...그 여자가 숨을 거두었어요"

"뭐라고?"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지금 어디 있어?"

"벽제를 지나 지금 시골길을 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 여자는?"

"차 뒷좌석에 있어요"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처분하려고?"

황무석이 나직한 목소리로 침묵을 깼다.

최형식은 잠시 동안 황무석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10분내 다시 전화할게.그곳에 그대로 있어"

황무석이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