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시민들은 이같은 의료계의 ''무책임한''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극도의 불안감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교수들의 응급실 철수 사실이 알려지자 국.공립병원과 보건소 등에는 환자들이 대거 몰려 마치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부산대 병원에서 군의관이 긴급 투입, 응급실이 간신히 운영되는등 파행이 이뤄지고 있다.
<>고조되는 환자들의 불안과 분노 = 환자들은 이날 정오를 기해 교수들마저 폐업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내며 "생명을 돌보아야 할 의사들이 윤리를 저버렸다"면서 분노했다.
또 각 병원 응급실과 원무과 등에는 "오늘 낮 12시부터 응급실을 폐쇄하느냐" "중환자실과 입원실 환자들은 어떻게 되느냐"는 등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있는 환자 20여명은 치료를 받으면서도 "언제 병원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며 불안을 금치 못했다.
4살난 아들이 넘어져 턱이 찢어져 이 병원 응급실을 찾은 이현(32.주부)씨는 "동네 병원 3곳을 전전하다 여기로 왔는데 제대로 치료를 받기도 전에 내쫓기게 생겼다"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삼성서울병원에 위암으로 입원한 김모(64.경기 광주시)씨는 "아파서 오는 사람들을 안 받겠다니 도대체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냐"면서 "정부도 사태 해결에 빨리 나서라"고 의료계와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서울 목동에 사는 김모(35.여)씨는 "인술을 펼쳐야 할 의사들이 사퇴서를 제출하고 응급실에서 철수하는 것은 군인들이 총을 버리고 파업을 하는 것과 똑같은 짓"이라며 "더이상 환자들을 볼모로 삼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근히 유지된 대학병원 응급실 = 서울대 의대교수협의회는 이날 비상총회를 열고 응급실 철수방침을 재확인한데 이어 전체 2백62명의 교수중 2백12명이 사퇴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교수협의회는 당정의 의약분업 대책안이 그동안 정부방침과 달라진 게 없다고 평가한 후 참석 교수들이 의사 가운을 벗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김유영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참담한 심정으로 진료를 포기할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중환자실과 입원병동의 기존 환자들은 계속 돌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용현 원장은 이날 오전 병원을 찾은 국회 교육위 의원들에게서 "사퇴교수중 자원자를 받아 불가피한 응급환자는 진료하겠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3백95명 교수 전원이 사직서를 작성, 연세대 총장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자원봉사 진료자로 나선 교수들이 10여명씩 당번조를 이뤄 응급실을 지켰다.
경희의료원 한양대병원 고대안암병원 강남성모병원 등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선 3-5명의 교수들이 순번제로 나와 응급실이 간신히 돌아갔다.
부산지역 4개 대학병원의 교수들이 대부분 응급실에서 철수하자 부산대 등 일부 대학병원은 군의관 4명과 위생병 2명을 지원받는 등 파행운영에 들어갔다.
충남대 등 지방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도 대학교수들이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응급환자를 돌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국.공립병원과 보건소 북새통 = 국립의료원은 이날 마치 전투
를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는 군대처럼 의사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68명의 전문의가 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이 병원은 시간이 갈수록 의사들이 체력이 달려 한계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원자력병원에서는 전문의 67명이 입원환자와 2백여명의 외래환자및 응급환자를 돌봤다.
한국보훈병원과 국립경찰병원에서도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처럼 환자가 몰려들면서 의료사고의 위험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서울지역 각 보건소에는 이날 의료대란 발생 이후 가장 많은 환자들이 몰렸다.
집단폐업 이후 매일 2백여명이 진료를 받은 양천구 보건소에는 이날 아침일찍부터 1백여명의 환자가 몰려들어 환자들은 2시간 이상씩 대기하는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