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의 경희대 창업보육센터에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 팬젠(대표 김윤일).작년 12월 설립돼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이 회사가 최근 "사건"을 터뜨렸다.

싱가포르 국립대 부설 생명공학연구소(BTC,소장 스탠포드 리)와 조인트 벤처를 만든 것.바이오 기술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싱가포르의 BTC와 한국의 병아리 벤처가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은 바이오 업계에선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팬젠이 갖고 있는 핵심 기술은 유전자 재조합.동물의 유전자에 인간의 유전자를 끼워넣어 다시 조합하는 것이다.

이 기술로는 생물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사람이 병에 걸리는 것은 그 병을 이길 수 있는 유전자가 손상되거나 변형됐기 때문이다.

그 유전자만 제대로 있으면 병이 나을 수 있다.

팬젠은 손상된 사람의 유전자를 동물세포에 이식시켜 배양함으로써 제기능을 되찾도록 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렇게 복구된 재조합 유전자를 동물세포주라고 부른다.

이건 주사약 등 치료제의 원료가 된다.

팬젠이 이번에 싱가포르 BTC와 합작을 한 것도 바로 그같은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다.

팬젠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동물세포주라는 원료를 만들고 BTC는 그걸로 의약품을 제조하기로 한 것.BTC는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의약품생산설비(GMP)를 갖추고 있어 팬젠 입장에선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실제로 동물세포주를 이용해 BTC에서 약품을 만들 경우 FDA로부터 신약허가를 쉽게 받고 미국에서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팬젠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동물유전자를 이용한 의약품은 기존의 미생물 의약품에 비해 더욱 안전해 상품화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의 생명공학회사인 암젠이 이같은 동물세포주로 빈혈치료제를 만들어 1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국내에선 제일제당이 동물세포주만을 개발해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오 벤처기업이 동물세포주에 도전한 것은 팬젠이 거의 유일하다.

팬젠은 현재 30여개의 동물세포주를 개발해 놓은 상태다.

이는 면역보조제와 항암제 빈혈치료제 불임치료제 등으로 약품화될 수 있다.

BTC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약품 생산이 가능하다.

그 경우 올해 10억원 정도의 매출은 쉽게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 경희대 유전공학과 석사 출신인 김윤일(32)사장이 만든 팬젠엔 경희대 유전공학과의 백광희,윤재승 교수와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의 교수와 연구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인간의 유전자를 동물세포를 통해 발현시키는 것은 물론 앞으로 유전자의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밝혀내는 유전자 기능 분석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0331)201-3717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