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기업을 하는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참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다.

다른 일보다 사장,그것도 잘 나가는 사장을 만나는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김사장은 어느 월요일 저녁에 그를 만나고자 하는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선배와 약속을 했다.

사실 벤처라는 게 모험이고 미래가 불확실한 사업인데 어떻게 하면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자는 자리였다.

김사장은 술보다는 늦은 시간까지라도 이야기하기를 더 즐기는 타입이다.

그런데 그날 따라 서둘러 자리를 파하자고 했다.

이유는 허준을 주인공으로 하는 연속극을 부인과 보기로 약속했다나.

벤처기업가가 연속극을 본다면 왠지 어울리지 않게 보였다.

그 선배는 김사장이 뭐 다른 약속이 또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수요일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김사장이 정확하게 집으로 들어가서 연속극을 부인과 함께 보았음을 수요일에 그 선배는 확인할 수 있었다.

김사장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연속극을 하나 정해서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날은 특별히 마지막 회라서 보고자 했고,허준이란 인물에 대해서 관심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더 관심이 있는 것은 여자 주인공이고 그 보다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주제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그 선배에게 설명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이란 연속극을 보자.조수미라는 최고의 소프라노가 주제곡을 불렀다.

장안의 화제다.

그 곡을 만든 주인공은 음악과는 거리가 먼 전공을 하다가 그만 두고 음악 유학을 다녀온 전문가다.

그렇게 만나 좋은 주제곡이 탄생했다.

각계의 고수가 만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예로 부족함이 없다.

이런 것을 음악에서는 크로스오버( crossover )라고 한다.

뭔가 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조합을 만들어 보는 것이 퓨전( fusion )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 가수와 연속극 주제곡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결합이었다.

게다가 영국 유학을 다녀온 전문 작곡가의 곡은 그야말로 금상첨화(금상첨화)를 만들어 냈다.

경영에서도 이런 것을 기대한다.

원래 갖고 있던 유통망에 또는 브랜드에 새로운 것을 혼합하는 시도가 그런 것이다.

이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조화에도 적용된다.

영어로 클릭 앤 블릭( click & brick )이 여기에 해당한다.

클릭은 말 그대로 컴퓨터 마우스를 작동하는 동작으로 온라인을 의미한다.

블릭은 벽돌로 오프라인을 의미한다.

클릭과 블릭을 같이 가져가는 것에서 새로운 해법을 기대할 수 있다.

원래 자기가 잘 하던 사업에서 인터넷을 도입하여 온라인화 하는 전략이 바로 이런 경우다.

또 경영학을 전공한 김박사가 바이오 벤처기업의 사장을 하는 것도 하나도 퓨전이다.

경영과 바이오 기술 그리고 자본의 만남에서 하모니와 새로움 그리고 가치가 발현된다.

김사장의 논리는 이렇다.

요컨대 벤처 기업이 잘 되려면 남과 다른 경영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중에 하나가 퓨전 전략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됐든지 다른 업종에서 이미 구축한 유통망에 올라 타든지 이런저런 방법을 이용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조수미가 부르는 연속극 주제가와 같은 파괴력이 생길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사장은 연속극에서도 경영의 힌트를 얻는 감각을 지닌 사람이다.

IQ(지능지수)도 괜찮은 것 같더니 사업에 도움이 되는 EQ(감각지수)까지 높으니 그 회사는 잘 되겠다는 격려를 선배로부터 들었다.

관동대 경영학과 교수 (이비즈홀딩스 인터넷 마케팅랩 소장) webioyou@ 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