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1992년 제정한 소비자대상 수상 상품을 찬찬히 살펴보면 소비경향 및 생활패턴의 변화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90년대에는 저가 편리 다기능 등이 히트상품의 최대 조건이었다면 새천년 첫 소비자대상의 수상 영예를 안은 상품들은 전자상거래의 본격 확산으로 대표되는 시대특성을 반영, 인터넷 관련 상품들이 눈에 띈다.
또 인터넷을 생활양식의 중심 축으로 삼아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N세대"의 테마 상품들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향후 21세기 히트상품 트렌드를 예고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올해 소비자 대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인터넷이다.
야후코리아(포털), 하나로통신의 나는 ADSL(초고속인터넷서비스), 인터파크(인터넷쇼핑몰) 등 인터넷과 직접 관련된 상품 및 서비스가 대거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
포털서비스와 인터넷쇼핑몰 부문은 올해 처음 만들어져 소비 및 생활패턴의 무게중심이 인터넷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입증해 준다.
인터넷을 기본적인 생활양식의 하나로 삼고 있는 N세대 역시 올해 히트상품의 화두다.
신용카드 LG2030카드, 미과즙 음료 2% 부족할때, SK텔레콤의 nTop, 그리고 맥도날드의 빅맥 등 10~20대의 막강한 바잉파워를 겨냥한 상품들이 히트상품 반열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두산타워는 N세대의 패션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해 이들의 감각과 스타일에 부합하는 쇼핑몰로 승부를 걸어 크게 성공한 케이스다.
이처럼 인터넷과 N세대 관련 상품이 대거 새천년 히트상품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처럼 가전 자동차 식품 등 전통 상품들도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소비자들의 입맛과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히트한다는 점에서는 전통 상품도 예외가 아니다.
소비자대상이 처음 제정됐던 지난 90년대 초반 불붙었던 맥주전쟁은 이를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당시 맥주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하이트맥주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라는 사회적 배경을 절묘하게 활용해 히트한 상품이다.
천연암반수로 만든 깨끗한 맥주를 강조한 하이트맥주는 97년과 98년 OB라거에 밀린 것을 제외하고는 왕좌를 놓치지 않았다.
올해도 역시 소비자대상을 받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탁기 싸움도 화끈하다.
대우전자 공기방울 세탁기의 선전이 눈부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라이벌 상품을 물리치고 지난 92년 이후 여섯차례나 수상한 장수 히트 상품이다.
90년대 후반들어 치열해진 냉장고간 대결은 새 천년들어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냉장고는 특히 거의 해마다 수상 상품들이 바뀔 정도로 정상을 지키기위한 경쟁이 불꽃을 튀겼다.
올해는 삼성전자의 지펠이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정상을 차지했다.
96년 LG전자의 싱싱나라 냉장고, 97년 상반기 대우전자의 신선은행냉장고, 98년 상반기에는 LG전자의 싱싱냉장고, 98년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의 지펠, 99년 상반기에는 대우전자의 동시만족탱크냉장고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동통신업체간 다툼도 90년대 후반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단말기)와 SK텔레콤(통신서비스)이 최근 3~4년간 아성을 지키며 양분해 왔다.
올해는 N세대를 겨냥한 삼성의 애니콜 듀얼폴더와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서비스인 nTop에 그 영광이 돌아갔다.
소비자대상 초창기부터 인기를 끌던 "프리미엄급" 상품의 상승세가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가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다소 값이 비싸더라도 편리성을 강조한 상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영향을 받았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최고급 아파트)과 고품격 백화점을 지향해온 현대백화점 등이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 때문이다.
대형화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형TV의 대명사인 LG전자의 플라톤, 삼성전자의 지펠이 이같은 추세를 이끌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지펠은 문을 양쪽으로 여닫을 수 있는 데다 초대형이어서 주부들사이에 조금 비싸지만 사용하기에는 편리한 냉장고로 인식되면서 "비싼 값"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명품플러스원TV와 경합을 벌인 끝에 올해 소비자대상을 받은 LG전자의 플라톤은 대형화바람에 평면돌풍까지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세기에는 더 작고 가벼우며 좋은 성능을 표방하는 경박단소(輕薄短小)형 제품이 히트 상품의 조건이었으나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에는 인터넷혁명의 거대한 물결과 함께 지식 기술 감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표현하는 상품이 주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