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아치를 그리며 펜스 중앙을 넘어가는 장쾌한 홈런과 3백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샷. 이 경우 대부분은 홈런이 되기는 했어도 홈런을 겨냥한 타법이 아니고 장타가 되기는 했어도 장타를 노리고 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부드럽게 갖다 맞추자"라는 마음이 홈런을 불러왔고 부드러운 스윙이 장타가 된 것이다.

하지만 편안한 마음을 가진다고 해서 누구나 홈런을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부드럽게 스윙을 한다고 해서 모든 드라이브 샷이 장타가 되는 것도 아니다.

튼튼한 하체가 버텨줘야 하고 유연한 어깨가 있어야 하며 공에 집중하는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히트상품도 이와 유사하다.

히트상품에 집착하기 보다 소비자의 욕구에 "부드럽게 갖다 맞추자"는 마음이 히트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 기반에는 평소의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 돼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국을 장악하는 영업력은 튼튼한 하체에 비유할 수 있다.

현미경을 응시하는 연구소의 개발실력은 집중력에 해당한다.

또 유연한 마케팅 마인드는 부드러운 허리와 어깨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조사는 영업, 마케팅,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고 각자의 기능을 통합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한국경제 소비자 대상을 받는 상품들은 이 네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융화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IMF한파라는 최대 시련 속에서도 신제품 개발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기업만이 새 천년 첫 히트상품을 제조할 수 있었다.

휘센 에어컨, 래미안 아파트, 2%부족할 때, 엔크린 카드, 두산타워, 카렌스, 애니콜 듀얼폴더등이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수상상품을 만든 이들 기업의 영업, 개발, 마케팅, 조사에 관한 평상시 투자와 노력을 알게 된다면 그 상품들이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들 상품들이 대부분 국내시장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이런 점을 알고 국제적 마케팅 활동을 위해 해외시장의 소비자 조사에 수백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히트상품이 국제적인 히트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노익상 < 한국리서치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