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원짜리 셔츠와 1만원대 바지를 팔아 1천억원 이상의 연매출(99년)을 달성한 브랜드가 있다.

10대와 20대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오다노가 그 주인공이다.

지오다노가 국내 소비자에게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94년.홍콩 지오다노 인터내셔날과 한국 일신창업투자가 손을 잡고 지오다노코리아를 설립하면서부터다.

당시 지오다노는 홍콩에 기반을 둔 글로벌 브랜드로 자국과 싱가폴 대만 등 아시아지역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었지만 한국진출의 성공여부는 불투명해 보였다.

지오다노보다 먼저 국내판매를 시작한 홍콩 수입 캐주얼제품들이 제대로 시장적응을 못하고 곧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홍콩 의류가 발붙이지 못했던 이유들 즉 겨울제품생산에 약하고 기대보다 나쁜 품질,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 디자인 등을 지오다노가 극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현재 지오다노 코리아는 국내 패션회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일 뿐 아니라 전세계 지오다노중 가장 장사 잘하는 회사로 꼽힌다.

런칭 이후 매년 두배 신장을 기록해오다 작년 1천3백50억원 매출에 세전 순이익만 2백40억원을 올렸다.

지오다노의 성공 배경에는 "품질(Quality),서비스(Service),스피드(Speed),단순함(Simplicity)"로 대변되는 이 회사만의 독특한 기업철학과 마케팅 전략이 있다.

먼저 합리적인 가격대로 최상의 품질의 제품을 제공해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7년전 한창 인기가도를 달린 다른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들이 가격 마케팅에 중점을 두었다가 단명했다면 지오다노는 가격에 질을 얹은 가치(Value)마케팅을 추구,롱런 히트브랜드 대열에 오를 수 있었다.

가치마케팅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오다노는 소형 대리점이 아닌 대형 가두점포나 백화점 안에만 매장을 오픈해 브랜드에 고급 이미지를 부여하고 편안한 쇼핑분위기를 만들었다.

"중저가 브랜드는 시장통 같은 분위기에서 막 사는 옷"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이다.

스피드는 지오다노 성공신화의 핵심이다.

이 브랜드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입을 수 있는 캐주얼을 표방하지만 그렇다고 유행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오다노 매장에는 이맘때쯤 하나씩 장만해두고 싶은 디자인들이 늘상 걸려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요구를 재빨리 읽어낸다는 의미다.

1주일 간격으로 신제품을 내보내고 시장반응에 따라 탄력적으로 제품을 공급한다.

그 많은 물량을 생산해내고도 재고를 거의 남기지 않는 비결이다.

이 회사의 작년 한해 판매율은 90%에 가까웠다.

스피드경영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조직의 단순함이다.

이 회사에는 사장실이 없다.

상무 이사같은 중역도 없다.

모든 것은 실무자와 팀장이 결정한다.

사무실 직원은 고작 40여명 정도.이처럼 슬림한 조직에 결재라인까지 짧으니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지오다노의 2000년 판매 예상액은 2천억원.목표지점을 향한 순조로운 항해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