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2일 첫회 방송 이후 만 6개월동안 숱한 사회적 신드롬과 화제를 남긴 MBC 특집드라마 "허준"이 27일 막을 내린다.

사극사상 최고 시청률(63.5%)이라는 기록과 함께 허준 삼행시가 등장하고 한의원에 환자들이 폭증하는가 하면 극중 허준처럼 산중으로 약초를 캐러갔다 병원 신세를 지는 환자가 발생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허준이 스승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가슴 서늘한 감동을 선사했다.

임오근의 "홍춘이 내 사랑을 받아주오"같은 애드리브는 상쾌한 웃음을 전해주었다.

또 의약대란을 몸소 체험한 시민들은 "허준은 일생에 한번 올까말까하는 과거시험도 뒤로하고 환자를 돌봤다"며 세태를 한탄하기도한다.

환자를 돌보는 의원의 소임에만 충실한 허준의 캐릭터는 범인들은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마음의 엘도라도다.

"허준"을 단 한번도 시청하지 않은 가구가 1백가구중 3가구에 불과하다는 AC닐슨의 조사결과는 국민드라마의 면모를 확인해준다.

뿐만 아니라 "허준"은 좋은 프로그램은 껐던 TV도 다시 켜게한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시청자는 수동적이라 프로그램 내용에 따른 시청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학설까지 뒤집었다.

지난 3년동안 70%내외로 고정돼있던 월.화 오후 10시 시간대의 HUT(특정시간에 TV를 켜놓는 가구비율)를 80%대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숱한 화제를 뿌린 "허준"에게 치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기가 치솟자 당초 예정과 달리 24회 가량을 늘려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린 점은 우리 방송의 고질적인 늘리기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허준의 남긴 기록들과 화제는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듯 싶다.

이제 방송3사에게는 허준으로 높아진 해당 시간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고 시청자들은 허준의 대체제를 찾아내야 하는 새로운 고민을 하게됐다.

한편 MBC는 오는 7월3,4일 "허준"의 종영을 기념하는 특집쇼 "허준-그 찬란한 영광"(오후 10시)을 방송한다.

"허준"의 연기자들이 총출한 가운데 그동안의 명장면,NG모음,역할바꾸기드라마 등으로 꾸민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