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 눈여겨 봐야할 새로운 조류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투자수단이 갈수록 불건전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현상이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연준리( FRB )의 금리인상 정책이다.

작년 6월말 이후 근 1년간 지속된 금리인상으로 그동안 국제투기꾼들에게 안정적인 투자대상처를 제공해 줬던 미국을 위시한 세계 증시가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글로벌 투자.기금( fund ) 투자가 일반화된 시대에 있어서는 종전의 투자대상에서 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반드시 새로운 투자대상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투자자)과의 신뢰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최근에도 세계증시가 조정국면을 보임에 따라 새로운 투자대상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원유를 비롯한 국제상품시장에 투기자금들이 유입되고 있다.

그 결과 석유수출국기구( OPEC )의 증산조치 불이행과 함께 가수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유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배경이 되고 잇는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위험-고수익" 투자수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자본시장만 하더라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위축됐던 정크본드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월간규모로 사상 최저수준인 2억3천만 달러에 그쳤던 정크본드 발행규모가 이달 들어서는 무려 15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

개도국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5월말 현재 전세계 투자자금의 개도국 투자비중은 약 30~35%에 달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중남미를 중심으로 개도국 국채가 투자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한동안 뜸했던 북한채권이 다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같은 현상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추세적으로 자리잡을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금리정책에 따라 세계증시의 조정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인 것인 90년대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커다란 통화위기를 겪으면서 비록 완전치는 못하지만 국제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개도국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퀀텀펀드,타이거펀드와 같은 대형펀드들의 활동이 금년 3월 이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신조류가 90년대 초 유럽 통화위기나 97년 하반기 이후 아시아 통화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진전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상황이 더 악화되기 이전에 대비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대외자산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당한 이후 이 문제가 누차 지적돼 왔으나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최근 들어 국내 금융기관들도 외환위기 이전처럼 러시아를 비롯한 개도국 채권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가지 정책을 구상해 볼 수 있겠으나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대상의 건전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장래상환능력(유동성 확보정도)을 감안한 여신규정( forward looking loan classification criteria )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물과 선물포지션은 종합한도( global limits )를 설정 관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외환위기 이전에 부실화된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대외자산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우리의 대외이미지 관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외자산 구조조정 전담반( FARU : foreign asset restructuring unit )을 구성해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대외투자 현황을 한눈에 파악이 가능하도록 관련 통계 작성을 의무화해야 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