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선 요즘 호텔방을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여행성수기인데다 26일 개막된 "민주주의 공동체"국제회의에 참석하러온 세계각국의 고위관료와 대표단,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이번 회의에는 68개국의 의무장관 및 각료급이 참석하는 등 1백8개국 대표단이 참석,바르샤바가 사상유례없는"고위급 외교"의 마당이 되고 있다.

때문에 민주주의 공동체 회의는 바르샤바를 다시금 역사의 무대로 끌어올리고 있는 느낌이다.

민주주의의 근본은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한 휴머니즘이다.

그런점에서 "뉴 밀레니엄"을 맞은 인류가 민주주의를 공동의 가치로 삼아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이번 회의가 바르샤바에서 열린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폴란드는 지난 세기동안 인간의 존엄성이 어디까지 파괴될 수 있는지를 직접 체험한 나라다.

바르샤바에서 서쪽으로 3백40km 떨어진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지금도 그런 상처를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 장소다.

아우슈비츠는 나치독일이 1940년부터 독일패전까지 유럽각국에서 유태인과 집시등을 데려와 1백50만명 이상 잔인하게 학살한 곳으로,아직도 남아있는 아우슈비츠건물과 희생자들의 유품등이 당시를 생생하게 증언해준다.

베를 짜기 위해 몇t씩이나 잘라 모았던 희생자들의 머리카락과 2천여명을 단 몇분안에 살해했던 독가스통과 가스실,부모와 함께 끌려와 이유도 모른채 죽어간 어린이들이 신었던 신발들...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폴란드의 고통은 독일 패전후에도 이어져 현대사의 많은 부분을 공산정권아래서 신음해야 했다.

그러나 폴란드 국민들은 저항했고 1989년 자유노조 출범과 비공산정권 수립을 계기로 민주주의의 길로 들어섰다.

폴란드 민주화가 진행된지 11년,폴란드는 이번 회의를 주최하겠다고 자청했다한다.

바르샤바에서 각국 대표가 모여 민주주의의 장래와 휴머니즘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뜻깊다.

일제의 침략과 동족간의 전쟁,군사독재 등을 두루 겪은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민주주의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하지만 내용이 꽉찼다고 자신하기엔 이르다.

민주주의에 필요한 과정과 절차를 지키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혹여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로우며 비생산적이라는 이유로 토론과 타협을 기피하지나 않았는가 반문해 본다.

바르샤바=서화동 정치부 기자 fireboy@hankyung.c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