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최형식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이정숙의 시신을 응시했다.

확실치는 않으나 시신이 숨을 쉬는 듯 섬세한 움직임이 있었다.

다시 신음소리인 듯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얼른 차 안으로 들어가 이정숙의 시신을 두 팔로 안은 다음 그녀의 코에다 그의 귀를 갖다대었다.

숨소리가 분명하였다.

다음으로 가느다란 신음소리도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녀가 살아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이정숙을 뒷좌석에 똑바로 누인 다음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차를 돌려 오던 길을 되돌아나갔다.

마음은 급했으나 이정숙에게 충격을 주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다.

그는 첫번째로 마주치는 병원에 이정숙을 데리고 갈 작정이었다.

무엇보다도 이정숙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비포장도로가 끝나고 포장도로가 시작되는 길목에 "벽제 감리교회"라는 붉은색 네온사인이 걸린 작은 시골 교회가 그의 눈에 띄었다.

어떤 아이디어가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는 교회 앞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교회문 앞으로 갔다.

문을 열려고 했으나 굳게 닫혀 있었다.

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는 팔꿈치로 유리창을 깨어 손을 집어넣어 교회문을 열었다.

실내로 들어선 그는 어슴푸레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안을 둘러보았다.

의자 없이 비닐을 깐 20여 평의 실내 앞쪽에 연단이 보였고,그 뒤쪽으로 십자가가 눈에 띄었다.

최형식은 교회를 되돌아나왔다.

최형식은 차로 돌아와 이정숙을 두 팔로 안았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이제는 또렷이 들려왔다.

이정숙을 안은 채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 쪽에 이정숙을 누인 후 교회에서 나왔다.

그리고 길 옆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가 119번호를 눌렀다.

안내원이 나오자 차에 치여 의식불명인 환자가 벽제 감리교회 안에 있다고 알려주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구급차가 교회에 도착해 이정숙을 실어가는 것을 먼발치에서 확인한 후 그는 그곳을 떠났다.

한편 황무석은 급히 차를 몰고 있었다.

그는 최형식을 자수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 있었다.

어쨌든 최형식을 자수시켜야겠고 여차하면 고발할 각오까지 되어 있었다.

자수하지 않았다가 최형식이 체포되는 날이면 자신은 살인교사죄로 쇠고랑을 찰 판이었다.

어떻게 최형식을 자수시킬 수 있을까?

이 질문만이 그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그가 모는 차가 사직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 벨이 울렸다.

황무석은 신촌 쪽으로 향하면서 핸드폰을 귀로 가져갔다.

"여보세요?"

"아저씨,저예요"

"지금 어디 있어?"

"불광동 근처예요"

"그럼 구기터널 입구 쪽으로 가. 그곳 조용한 곳에 차를 세우고 있어.빨리 갈 테니까"

황무석은 차를 돌려 구기터널 쪽으로 가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최형식의 목소리가 아까와는 달리 놀라울 정도로 안정을 되찾은 듯했기 때문이었다.

무엇 때문일까?

황무석은 생각에 잠겼다.

혹시.혹시...

이미 암매장을 끝내지나 않았을까?

황무석은 가쁜 숨을 내쉬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