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치기에는 너무 젊은 사람인 것 같은데..."

작년까지 내가 연습장에 들어서면 다른 분들로부터 받던 느낌이다.

하지만 더이상 내가 그런 눈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오래간만에 가본 어제의 연습장.

멀리서 보기에는 외국인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젊은이들이었다.

머리가 노랗고,빨갛고,회색인...

그 연습장이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동네 한복판에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유독 노랑 머리 젊은이가 많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요즘의 그 파격적인 염색을 좋아한다.

내가 차마 못하는 것들을 감행하는 그들의 스스럼없는 용기가 부러울 뿐이다.

패션 또한 달라졌다.

남자들은 쫄바지와 쫄티셔츠를 입었으며,여자들은 민소매와 아찔하게 짧은 반바지 차림이었다.

경쾌하고 자유로웠다.

내 앞 타석에도 쫄바지에 회색 머리를 한 남자아이가 볼을 치고 있었다.

간간이 울리는 핸드폰을 큰소리로 받을 뿐,다른 타석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나만 하더라도 앞 타석에 잘치는 사람이 있으면 은근히 기가 죽고,앞타석 사람이 엉망이면 기가 살아 더 뻥뻥 쳐대던 세대인데...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 쫄바지를 입은 청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스윙이 엉망이었다.

바로 앞 타석의 할아버지는 그의 스윙이 못마땅했던지 계속 뭔가 얘기해 주고싶어 머뭇거리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 젊은이,눈길 한번 주지 않으며 잠시도 그 할아버지가 조언할 틈을 보이지 않았다.

그 차가운 자유분방함...

뭔가 말해주고싶어 망설이는 할아버지와 "나는 나,내 스윙은 내가 만든다"는 젊은이가 어우러져 묘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얼마전에 한 캐디로부터 젊은 커플들이 와서 골프장에서 입맞추고,껴안고,업어주고,대신 샷해주고...

그들의 그 자유분방함 때문에 무척 난처했노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역시 배울 것이 많지만,이제 막 골프채를 잡은 그 노랑머리 아이들에게 골프의 전통과 보이지 않는 엄숙함,타인에 대한 깊고 잔잔한 배려를 가르쳐 줄 사람은 누구일까? 그 점이 걱정되었다.

괜히 나보다 더 어린 사람들이 필드에 나오는게 샘나서 하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