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인수를 놓고 세계적 자동차메이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GM은 피아트와의 전격적인 컨소시엄구성으로, 포드는 "최상의 조건"을 내세운 가운데 현대와 다임러가 전략제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대우차 인수전에 공동전선을 펴기로 했다.

세계 빅3의 정면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과연 대우자동차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물론 국제입찰을 기본방침으로 내세운 이상 최고가격 이수자에 낙찰되어야할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우리는 자동차산업이 지닌 국가경제발전의 장기적인 안목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할 몇가지 중요한 관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첫째 자동차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다.

2만여개의 중소부품공업과 소재공업은 물론 수출과 고용 파급효과면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술파급 효과면에서도 자동차산업은 한국 기계공업의 기술혁신을 이끌어 가는 주력산업의 역할을 맡게 된다.

끊임없는 기술투자와 연구개발을 토대로 여타 산업에 대한 기술경쟁력을 이끌어 가게 된다.

그러므로 지난 개발년대의 역사에서 자동차신화를 창조하기 위한 범국가적 노력을 집중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산업에 대한 그와 같은 열정과 정책적 시각이 퇴색되어가고 "부실기업 처리"라는 단순한 입장에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자동차산업은 글로벌경쟁시대에 대비,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산업이다.

선진국의 자동차메이커가 거의 1백년에 걸쳐 이룩한 해외자동차시장에서 우리는 30년도 안되는 짧은 역사로 세계적 메이커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힘을 실어준다면 세계적 경쟁에서 승부를 겨룰 수 있는 "한국기업"으로 당당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 산업이다.

셋째 대우자동차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개척자로서 그동안 후발국이라는 어려운 경영여건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세계기업으로서 그 명성을 다져왔다.

오늘날 대우그룹 자체의 경영부실이 몰고 온 불행한 위치에 놓여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지난날의 국민적 성원과 종업원들을 포함한 전체 임직원들의 값비싼 노력의 대가를 말살하고 외국기업에 헐값으로 넘기려는 시도는 결코 올바른 수습방법이 될 수 없다.

이제 자동차산업도 글로벌시대에 세계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산 1천만대 생산시대를 가늠하지 않으면 안된다.

넷째 우리나라도 이제 자동차산업이 특정재벌에 귀속되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기업으로서 국민 주식참여에 의해서 세계 기업으로 자리잡아 나가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날의 재벌그룹 모습에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 자동차 산업을 그룹계열에서 벗어나 "국민자동차"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경영과 소유를 분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폭넓은 주식공개를 통해 명실공히 한국을 상징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잡아 나가야 한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볼 때 대우차는 현대-다임러의 전략제휴로 인수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진다.

독일의 다임러는 자동차기술면에서 세계적 최첨단기업이다.

만일 현대가 다임러와 전략적제휴가 이루어져 대우차를 인수할 때 세계자동차의 톱 서열에 당당하게 끼게 되어 "한국기업"의 세계적 위상을 드높이게 된다.

이제 자동차산업은 국경없는 경쟁속에서 한나라가 생존하기 위한 최대 전략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세계적 규모의 자동차메이커들이 앞다투어 단일기업으로 통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들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생산기반을 가진 초일류 자동차공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같은 취지에서 대우자동차 처리는 국가경제의 장기적 안목에 입각해 신중히 검토돼야 하며 한국경제의 미래를 가늠하는 차원에서 결실을 맺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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