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의사들의 집단폐업 사태와 관련해 신문에 글을 쓴 조재국 연구조정실장을 전격 직위해제 시켜 파문이 일고 있다.

정경배 보건사회연구원장은 지난 20일 자신에게 허락받지 않고 한국경제신문에 기고를 낸 조 실장을 직위해제, 연구위원을 맡도록 했다.

조 실장은 본지에 기고하기에 앞서 또다른 신문에도 글을 썼다.

조 박사는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 8면 시론에 기고한 ''의약분업 해결방안''이라는 글에서 "의사들은 집단폐업을 자제하고 의약분업 실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며 "정부도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 의료계의 제반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조 박사는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들이 양심적으로 진료를 하기에는 의료보험제도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의료제도가 경직돼 있다"고 지적하고 "1차의료의 강화, 의료보험 지불제도의 조기 변경 등 보다 근본적인 의료제도의 개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약분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의사들은 파업을 자제해야 하며 의료계와 약계, 정부가 참여해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다른 신문에 쓴 글에서도 유사한 주장을 폈었다.

이에 대해 정경배 보건사회연구원장은 "조 박사가 연구조정실장직을 오랫동안 맡아 보직순환 차원에서 인사를 검토하고 있던 중에 연구원의 허락을 받지 않은 글을 외부에 기고해 직위해제시켰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연구원이 외부에 기고할 때는 지침을 받아야 하는 데 지침을 받지 않은 개인의견을 공표해 문제삼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사연의 한 관계자는 "조 박사가 글을 쓸 당시 원장이 자리에 없어 부원장의 결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원장의 허락을 받은 만큼 연구원의 지침을 어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 박사가 쓴 글의 내용도 정부와 의약계의 입장을 형평성있게 반영했다는 게 연구원들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이에 대해 "작년 1월 연구조정실장을 맡아 자리를 바꾸어 달라고 몇달전부터 원장에게 요청해 왔다"며 "자리를 바꾼 시기가 미묘해 외부에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사연 연구조정실장은 최근 들어 의약분업에 따른 각종 문제의 분석을 총괄하는 핵심보직이다.

조실장은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뒤 92년 보사연에 들어가 복지부장관 자문관, 의약분업 실행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