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농아라는 장애를 극복하며 강한 필치로 자신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한국화단의 거장이다.

평생 2만여점의 방대한 작품을 쏟아낼 정도로 남다른 창작열과 예술혼을 불태운 정열적인 작가다.

그래서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고 있다.

운보가 올해 미수(88세)를 맞아 기념전시회를 갖는다.

"바보예술 88년-운보 김기창 특별전"이란 타이틀로 7월5일부터 8월15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02-734-6111)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동시에 열린다.

역경을 이겨내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운보의 파란만장한 삶과 다양한 작품세계를 감상할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이번 전시에는 운보의 전작도록에 수록된 4천여점의 작품중에서 초기작품부터 근작까지 그의 예술혼을 느낄수 있는 88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갤러리현대는 운보의 생전 마지막전시가 될지 모를 이번 미수전을 열기위해 국립현대미술관(1점)을 비롯,호암미술관(3점),천안 아라리요미술관(6점)등 국내주요미술관과 금융감독위원회(13점),개인소장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전시작품을 끌어 모았다.

여기에는 인물 화조 산수등을 묘사한 동양화에서부터 바보산수,청록산수,추상작품까지 망라되어있다.

운보의 대표작 "바보산수"시리즈는 76년 그의 평생의 반려자 박래현여사와 사별한뒤 나온 작품.

부인을 잃은 슬픔으로 실의에 차있던 그가 한 젊은 여성과 만나 다시 삶에 활력을 되찾으며 그렸던 그림들이다.

이때 그는 마치 한이나 풀듯이 폭포수처럼 "바보산수"시리즈를 쏟아냄으로써 주변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 시리즈는 조선시대 민화에 나오는 십장생들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작업.

덜된듯 엉성하면서도 대범하고 분방하게 구수한 것들을 담아내 그의 회화세계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67년 첫선을 보인 "청록산수"시리즈는 한국산하의 정기를 수묵의 농담과 단순한 색상으로 표현한 작품.

"바보산수"보다는 10여년 앞서 발표되기 시작한 작업이다.

일본인이 소장중인 "정청(정청)"(1934년작)과 군마도(1969년,1986년작)도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정청은 운보가 21세때 첫사랑을 느낀 처녀를 극사실기법으로 그린 작품으로 일본의 마이니치신문 도움으로 일본소장가에게 어렵게 빌려온 작품이다.

박명자 갤러리현대대표는 "운보는 뛰어난 소묘력과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빠르고 강한 필치,그리고 타고난 감성으로 소재나 재료에 구애됨이 없이 회화의 모든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든 한국미술계의 신화적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운보는 지난96년 5월 스승인 이당 김은호화백의 후학모임인 후소회창립 60주년 기념전 개막식에 참석했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화업을 접고 충북 청원군 "운보의 집"에서 불편한 몸으로 지내고있다.

< 윤기설 기자 upyk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