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한우물을 파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은 것처럼 불안해서다.

서울 인현동에 본사를 둔 태양당인쇄는 이런 면에서 드문 기업이다.

1948년에 창업해 반세기가 넘게 인쇄 외길을 걷고 있다.

철필로 긁고 손으로 미는 원시적인 기계에서 첨단 자동인쇄기로 시설이 바뀌었지만 업종은 여전히 인쇄다.

창업주 김영석 씨가 작고한 뒤 아들인 김직승(59) 사장이 2대째 인쇄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3다기업"이다.

장기근속자,고정거래처,첨단설비가 바로 그것.

경쟁력을 유지하는 뿌리이기도 하다.

오래 근무한 사람이 많다.

20년 넘게 일한 사람이 수두룩하다.

2백명에 이르는 종업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이 넘는다.

이직이 심한 인쇄업계에서 드문 일이다.

이는 기술축적으로 이어진다.

고품질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사람 몫이기 때문.

고정납품업체는 유한양행 동아제약 동화약품 등 50여개.

50년 넘게 거래한 기업도 있다.

동아제약이 한 예다.

박카스 겉표지가 태양당인쇄 안양공장에서 인쇄된다.

고급인쇄물 생산을 위해 첨단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한다.

돈벌어서 설비에 투자해왔기 때문.

국내에 몇대 안되는 금박인쇄기는 대당 가격이 10억원대에 이른다.

5색 오프셋인쇄기와 톰슨기,8도 인쇄를 할 수 있는 최고급 그라비아인쇄기도 있다.

김사장이 고급인쇄시설을 고집하는 것은 "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고품질의 인쇄물 생산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덕분에 가장 까다롭다는 일본에 고급캘린더를 10년이상 수출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로 인쇄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때도 꾸준한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고급품이라는 믿음을 심어준데 따른 것.

그는 업계의 공동발전을 위해서도 적극적이다.

3년 임기의 인쇄정보산업연합회 회장을 5대째 연임하고 있다.

매번 정기총회에서 추대받는다.

인쇄정보산업연합회는 3천여개 인쇄업체들의 모임.

인쇄업계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인쇄물의 CD롬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목판인쇄에서 금속,필름인쇄를 거쳐 CD롬으로 납품하는 시대를 맞고 있는데 이 흐름에서 뒤떨어지지 않게 중소기업을 이끌자는 것.

인쇄로 시작된 연합회를 인쇄정보산업의 메카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02)2276-1250

<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