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0일 까다로운 기준(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을 적용해 공개한 은행권 부실을 정리하는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은행들의 자발적인 부실해소 노력에 박차를 가할수 있는 "은행 클린화 펀드(또는 회사)"가 추진됨에 따라 그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클린화펀드는 IMF 직후에 있었던 대규모 부실해소에 이은 2차 부실청소작업이라고 할수 있다.

1차 부실 정리 규모는 대략 55조원 정도.

당시에는 망해가는 은행권을 연명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정리였다.

이번에는 은행 자체를 깨끗하게 탈바꿈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이 시작되는 셈이다.

지난 3월말 현재 은행권의 고정이하 여신(광의의 부실여신)은 64조1천9백25억원.

손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이 28조5천63억원이 있기 때문에 충당금을 다 손실처리해도 해결해야 할 부실은 35조6천8백62억원이다.

이것이 모두 정리대상은 아니지만 은행 클린화펀드가 이중 일부를 사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회수가능한 채권부터 매입 =은행 클린화펀드(회사)가 매입할 채권은 회수가능한 채권이다.

어느 정도 건질게 있어야만 이 부실을 사겠다는 투자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IMF직후 미국의 론스타나 서버러스 등 부실채권매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 펀드 외에 골드만삭스 등 투자금융회사들도 은행들이 갖고 있던 회수가능채권을 집중 매입, 짭잘한 수익을 올렸다.

클린화펀드처럼 회수가능채권을 정리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더 있다.

하나는 은행들이 직접 국내외 투자자와 합작으로 CRV(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를 설립해 여기에 부실채권을 넘기는 방법이다.

은행들이 갖고 있는 대우나 워크아웃기업 관련 부실채권이 이 CRV를 통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담보로 ABS(자산담보부채권)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법도 동원된다.

<> 재원마련은 어떻게 =은행 클린화 펀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국내외 투자자들이 참여해 설립한다.

자산관리공사는 IBRD(세계은행)로부터 확보하게 될 구조조정자금 10억달러를 투자한다.

정부는 IBRD 자금을 당초 대우 부실채권을 사주기 위한 CRV에 투입하려 했으나 은행 부실채권을 매입하는데 쓰기로 방향을 바꿨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등 국내 부실채권 시장에 투자해 재미를 본 외국 투자자들이 적극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부실채권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증자에 참여한 은행의 경영 정상화로 주가가 상승할 경우 많은 이익을 낼수 있게 된다.

재정경제부는 IBRD 자금 10억달러(1조여원)에 외국인 투자자금을 더하면 펀드 규모가 50억달러(5조여원) 정도에 달할 것이며 이를 담보로 차입까지 할 경우 최대 1백억달러(10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 가속화할 은행 클린화 =정부는 잠재적인 추가부실을 반영할때 BIS 비율이 8%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에 대해선 비용절감 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을 포함한 자구계획을 내도록 할 계획이다.

타당한 것으로 판단되는 은행에 대해선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고 스스로 경영을 정상화하도록 유도키로 했다.

반면 자구계획이 미흡할 경우 더욱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공적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공적자금을 투입받는 은행은 금융지주회사 자회사로 편입되는 방법 등을 통해 정상화가 추진된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