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짓말"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의 내용이나 장면이 보통사람의 성적 흥분이나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게 이유다.

이로써 99년 7월 첫등급심의 이래 계속돼온 "거짓말"논란은 일단 마감되고 예술작품의 음란성 여부는 시장의 자정 기능과 소비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거짓말"은 30대 유부남 화가와 여고생의 가학적 사랑 얘기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야하고 자극적이다"라는 것보다 "불쾌하고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남녀가 서로를 몽둥이로 때리고 맞음으로써 사랑을 확인한다는 내용도 그렇고 극의 전개도 흥미롭기는 커녕 따분하다는 게 주된 평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음란물 시비에 휘말렸고,두번째 등급심의에서도 결정이 보류되자 불법CD와 비디오 유통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번졌다.

급기야 1월초 개봉이 결정되자 "음란폭력성 조장매체 대책 시민협의회(음대협)"가 감독과 제작사대표등을 음화제조및 반포등의 혐의로 고발,결과가 주목됐었다.

과거 비슷한 죄로 고발된 "즐거운 사라"의 마광수씨와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장정일씨가 유죄판결을 받았던 만큼 이번 결정은 파격적이다.

"거짓말" 사건으로 영상물의 성표현및 음란물 시비에 대한 더이상의 논란은 사회적 낭비라는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예술작품의 음란성이나 폭력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건 아니다.

하지만 도덕적 엄숙주의만을 내세워 검열이나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뾰족한 대책이 되기 어렵다.

영화나 소설 게임등 예술작품에서 표현의 한계가 무너진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시체를 사랑하는 여인과 그를 위해 자살하는 남자의 얘기를 다룬 캐나다영화 "키스드(Kissed)"나 비슷한 주제의 국내영화 "사슬"이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은 영화를 더이상 음란성이나 폭력성이라는 잣대로 재기 어려움을 전한다.

무라카미 류나 유미리의 소설 또한 끔찍한 부분이 많거니와 예술작품의 가치판단을 소비자의 자율의지에 맡기는 건 시대적 대세다.

소모적 논쟁을 계속하기보다는 등급외 전용관을 설치하거나 등급분류 기준을 재정비하고 건전문화를 육성하는 실질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