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일 밝힌 주가 조작 사건은 단순한 증권범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게 여의도 증권가의 관측이다.

간접투자자들의 자금이 절실한 투신권과 코스닥시장의 공모주청약 및 신규 상장종목의 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있다는 점에서 증권업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증시에선 그동안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의 주가조작 발표에 큰 쇼크를 받는 법이 없었으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증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4일 주가는 세종하이테크의 주가조작사건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동양증권 투자전략팀 관계자는 "세종하이테크의 주가조작사건이 전해지자 주가가 갑자기 맥을 못추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시기적으로 주가가 장기간의 하락조정국면을 마감하고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던 시기에 때아닌 메가톤급 악재가 날라왔다는게 증권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투신권에서는 당장 영업전선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투신사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들이 특정회사 대주주와 짜고 주가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고객들이 어떻게 보겠느냐"며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펀드매니저 개인의 윤리적 문제라고 해명한들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에따라 이번 사건이 투신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경우 투신권의 불안정성이 또 다시 경제현안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투신권은 간접투자에 대한 주식투자수익률이 나빠 고객들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환매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확대되지 않도록 펀드매니저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건의 직격탄을 받을 수 있는 또 한 부문은 바로 코스닥시장의 신규상장 종목들.

코스닥에서는 그동안 "신규상장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공모주 청약을 마치고 신규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상한가 행진을 벌이며 천정부지를 치솟는 사례가 많았다.

일부 세력이 작전을 하지 않느냐는 의혹이 간혹 제기되기도 했었으나 일반적으로는 "신규상장 프리미엄"으로 치부하며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려고 애써왔다.

하지만 세종하이테크 사건으로 신규상장 종목의 주가작전이 적나라하게 드러남으로써 신규상장의 상한가 행진이 단순한 "프리미엄"이 아닌 주가작전으로 인한 "거품"일 수 있다는 우려에 일반 소액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세종하이테크의 경우는 작년 12월 14일 공모가인 5천원(액면가 5백원)으로 코스닥매매를 개시했다.

상장직후 1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잠시 조정양상을 보이다 보이다 1월말의 1만1천원 수준이었던 주가는 3월말엔 3만3천원선으로 3배로 됐다.

S증권 시황팀장은 "금년 초까지만해도 신규상장 종목들에선 세종하이테크와 같은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며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세종하이테크 사건으로 신규상장 종목의 프리미엄이 의심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시황팀장은 "신규상장 종목의 주가급등을 기대하고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이 모이는 코스닥 공모주 청약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세종하이테크건으로 감찰의 주가조작 사건이 끝나면 다행이지만 단기간안에 제2의 사건까지 가세한다면 한국 증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며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홍모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