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음식점 판매 쇠고기가 국산인지 수입산인지를 표기토록 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관련,한덕수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엊그제 기자간담회를 통해 반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복지부와 농림부가 추진중인 이 개정안이 WTO의 내국민대우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통상마찰을 불러 일으킬 것이 분명함에도 이들 부처가 납득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통상교섭본부는 정육점의 "수입쇠고기 구분판매제"가 WTO에 제소돼 최근 패소했다며 이번 시도 역시 비슷한 결과를 낳을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이번 개정안은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해 주는 것일 뿐,수입규제 차원이 아니며 따라서 WTO 규정에 위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농림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3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이러한 표시규정을 신설,입법예고했고 현재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간의 입장차이에서 나타나듯이 이 문제는 분명히 부처간 정책조율이 필요한 사항임에 틀림없다.

이런 점에서 "관련부처에 공문을 보내는 등 내부적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잘되지 않았고,통상에서 100% 문제시될 것이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는 한 본부장의 주장은 일면 공개적 반대의 불가피성을 이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중국산 마늘로 한.중간 통상마찰이 빚어지자 과정은 제쳐두고 외교부가 모든 책임을 떠안은 셈이 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특히 그렇다.

하지만 이번에 외교통상부가 이례적으로 취한 ''공개적 반대''는 그들의 입장이 100% 맞다고 해도 "외교"와 "통상"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부내부의 정책조율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불가피하게 공개했다면 스스로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행위다.

행여 나중에 있을 수 있는 책임논쟁에서 한발짝 물러나기 위한 사전조치였다면 이는 분명한 "책임회피"다.

통상을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는 부처가 "잠재적인 통상이슈"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스스로 "대외적인 통상이슈"의 "기정사실"로 만드는 이유가 뭔지도 묻고 싶다.

안현실 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