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진성구와 진미숙이 극장으로 돌아왔을 때 극장 로비에는 두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은 아침에 온 이 형사였고,젊은 또 한 사람은 못 보던 사람이었다.

진미숙은 드레스 리허설이 진행중인 극장 안으로 들어갔고,진성구는 두 남자와 사무실로 갔다.

세 사람은 소파에 앉았다.

"이 몽타주를 한번 보십시오"

이 형사가 몽타주를 진성구 앞으로 내밀었다.

진성구가 몽타주를 받아들고 자세히 보았다.

전혀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다.

"전혀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유력한 용의자인가요?"

진성구가 몽타주를 돌려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여기 이 사람이 그날 호텔 프런트에 근무하던 직원입니다"

이 형사가 같이 온 젊은 남자를 소개한 후 말을 이어갔다.

"몽타주에 그려진 인상착의의 남자가 프런트로 와 자신을 방송국 직원이라며 정동현씨 방 번호를 물었습니다. 그 사람이 후에 정동현씨 방문을 열려고 한 자로 추측됩니다"

"그자가 나중에 호텔 주차장에서 이정숙 교수를 치인 범인이라는 말이군요"

"그렇게 추측해볼 수도 있습니다"

진성구의 질문에 이 형사가 답했다.

"그럼,고의적인 사고라는 말입니까?"

진성구의 말에 이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김명희씨가 현재 뮤지컬 주연을 맡고 있지요?"

이 형사가 물었다.

진성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명희씨와 진성호 회장이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지요?"

"그 관계는 그들의 사생활이니까 내가 아는 바도 없고,대답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 다시 질문하지요. 김명희씨가 백인홍 사장이라는 사람과 과거 내연의 관계에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것도 내가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아침에는 진성호 회장을 의심하더니 이제는 김명희씨,백인홍 사장 모두가 피의자입니까? 그들 외에 누구를 또 의심하십니까? 나와 내 동생 진미숙도 피의자 선상에 있나요?"

진성구의 화난 음성에 이 형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호텔 직원인 이 사람이 단원들을 직접 볼 수 있겠습니까?"

이 형사의 요구에 진성구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단원들 중에 범인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렇진 않지만 혹시나 해서요. 혹시 김명희씨를 돕는다는 목적으로 단원 중 누군가 어리석은 짓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단원들을 전부 이곳으로 불러와 이분과 대면시킬 수는 없습니다.
정 확인하고 싶으시면 지금 연습중이니까 무대 앞에 앉아서 단원들을 확인하도록 하시지요"

이 형사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이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진성구가 극장 직원을 불러 두 사람을 객석 맨 앞줄에 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