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투신의 B차장.얼마전까지만 해도 증권가에서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는 촉망받던 펀드매니저였다.

그에게 돈을 맡긴 고객만 수천명을 헤아렸으며 그 돈은 자그마치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아왔다.

B차장은 그러나 지난 4일 저녁 서울지검 현관에서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는 와중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우리곁에 나타났다.

다른 펀드매니저 7명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금품을 받고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다.

투신사는 투신사대로,고객은 고객대로 허탈함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B씨는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성실하고 유능한 애널리스트였다.

이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난해 2월 국내 최대규모의 투신사 펀드매니저로 발탁됐다.

"거의 매일 기업방문을 다니는등 부지런하면서도 능력있는 펀드매니저(동료 직원)"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하반기 펀드수익률이 1백%를 넘어 주위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런 B씨가 1년여만에 전혀 딴 사람으로 돌변한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며 분노하는 고객."미꾸라지 한마리가 맑은 물을 흐렸다"고 한탄하는 펀드매니저들...

펀드매니저는 그 어느 직업보다 도덕성이 중요시된다.

이들의 잘못된 행동은 고객재산에 손실을 끼칠뿐 아니라 주식시장,나아가 자본시장 전체를 왜곡시킨다.

수천억원의 고객재산을 운용하면서 증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런 영향력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에겐 "검은 유혹"이 끊이지 않는다.

한 펀드매니저는 "한달에 한번 정도는 작전세력이 접촉을 시도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3백여명에 달하는 펀드매니저는 항상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펀드매니저의 윤리성만 강조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만은 아니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펀드매니저를 뽑고,이들을 관리.감독해야할 투신사의 책임이 오히려 더 크다고 할수 있다.

A투신사 임원은 "고객재산으로 사리사욕을 취한 펀드매니저는 어떤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다"고 털어났다.

"수익률만 좋으면 만사 그만"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기본을 바로 세우는 게 급선무다.

고객 돈을 보다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감시및 내부 통제시스템이 없는 한 B씨와 같은 전철을 밟는 펀드매니저가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장진모 증권1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