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4일 오전 국무회의때 금융개혁의 당위성을 새삼 강조했다.

이 한마디에 금융노조의 총파업에 대한 당국자들의 대처방식이 강경 원칙론으로 급선회했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은행구조조정은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5일 대한상의 초청강연)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도 "은행 파업에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5일 간부회의)

파업자제을 당부하면서 인위적인 합병이나 감원이 없을 것이라고 달래던 분위기와는 다른 기류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기다렸다는 듯 금융노조는 대정부 공격의 표적을 "금융지주회사법 저지" 대신 "정부의 말바꾸기"로 바꿨다.

관치금융같은 원론적인 주제도 꺼내 들었다.

금융개혁은 정부가 "꿀릴 게 별로 없는" 당위적인 사안인데도 노조에 끌려다니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금융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직원 1인당 생산성,수익성 등에서 선진은행과 겨룰만한 은행이 없다.

홀로 설 수 있다는 은행들의 장담과 달리 예금보호 축소 등 태풍이 불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그럼에도 현상황은 정부가 결코 우세하지만은 않은 형국이다.

의료대란에 이은 금융대란을 우려한 나머지 정부 당국자들이 무원칙한 발언으로 신뢰를 잃은 탓이다.

애초에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구조조정을 한묶음으로 인식시킨 전술상의 실책과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감원은 없다는 모순된 발언이 한몫했다.

노조도 지주회사에 반발하면서 파업의지를 드높였던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금융지주회사는 풍전등화 꼴인 은행들에겐 급작스런 인원감축과 점포 축소를 피할수있는 수단이 될수 있는데도 무조건 저지투쟁의 깃발을 든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다.

공격의 주안점을 정부의 말바꾸기나 관치금융청산으로 돌린 것은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을수 있다.

예고한 파업은 1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에 까지 파장이 미칠 경우 경제적 손실은 가늠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정부나 노조 모두 순수하고 원칙적인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강공책이 최선이 될수 없다.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