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자양3동에 사는 주부 김경숙(34)씨.

김씨는 요즘 집 부근 슈퍼마켓을 이용할때도 반드시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김씨가 슈퍼마켓에서 한번에 구매하는 비용은 많아야 2만원을 넘지 않는다.

"전에는 적은 돈을 카드로 결제하는게 쑥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쓰면 운이 좋아 복권에 당첨될 수 있고 세금공제도 받는다고해 이제는 가능하면 현금을 쓰지 않고 카드로 결제하는 버릇이 들었죠"

김씨 같은 사람이 많이 생겨나면서 신용카드업계가 크게 덕을 보고 있다.

카드 업계는 올해 국세청의 복권제와 소득공제제도 시행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5월말까지 BC LG 삼성 국민 외환 동양 다이너스 등 7개 신용카드의 이용액은 67조7천9백억여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백55.3%의 증가율을 보였을뿐 아니라 98년 한햇동안의 사용실적 63조7천억여원을 넘어섰다.

카드 업계는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말까지 1백60조원의 이용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90조9천억여원에 비해 76% 가량 늘어나는 규모다.

카드회원수도 지난 6월말 기준 4천5백만3천여명(중복가입 포함)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났다.

신용카드 시장이 이처럼 급팽창하고 있는 것은 국내경기 회복과 정부의 신용카드활성화 정책에 힘입은 것이다.

이중에서도 매월 1만원이상 카드결제건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최고 1억원까지 복금을 주는 국세청의 신용카드영수증 복권제도는 "카드시장 빅뱅"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신용카드회사가 따로 복권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카드 사용액 증가에 한몫 거들고 있다.

삼성카드는 국세청의 복권제와는 별도로 자체추첨을 통해 매월 최고 3천만원까지 복금을 주는 ''럭투유 카드''를 내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30만장을 발급했다.

연말까지 목표는 90만장.

카드 신상품의 발급매수가 많아야 연간 50만~60만장임을 감안하면 럭투유 카드는 대단한 "히트상품"인 셈이다.

또 BC카드는 자사 회원이 국세청 추첨의 1~4위안에 들지 못했을 경우 별도 추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복권 추첨제와 소득공제 등의 영향으로 2만원 이하의 소액결제가 대폭 증가한 것은 올해 카드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다.

LG캐피탈의 경우 지난 1.4분기 기준 10만원 이상 결제건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백77% 늘어난데 비해 1만원 미만은 2백84%, 1만~2만원은 2백50% 증가했다.

카드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우선 신상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며 타깃 고객층 또한 세분화되고 있다.

남성및 여성 전용 카드, 대학생용 체크카드 등은 물론 최근엔 n세대층의 최고 인기 캐릭터중 하나인 헬로키티를 카드 디자인에 활용한 상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서비스 경쟁도 만만치 않다.

국민카드는 이달부터 월 이용액의 10%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에 대해 결제를 유예해 주는 리볼빙서비스에 들어갔으며 BC카드는 가맹점 홈페이지를 무료제작해 주고 외환카드는 해외출장 업무를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차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엔 e비즈니스에도 적극적이다.

LG캐피탈은 가격비교와 구매.결제를 한꺼번에 처리할수 있는 통합 인터넷쇼핑몰인 "LG마이숍"을 개설했으며 삼성카드와 외환카드도 원클릭으로 전자상거래 결제를 가능케 하는 "바로페이"와 "버추얼카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여러 카드중 자사 카드를 고객의 메인 카드로 쓰게 하는 "퍼스트 카드"개념이 각 카드업체가 안고 있는 최대 숙제"라며 "이에따라 고객을 잡기 위한 서비스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신용카드시장의 최대 변수는 대기업들의 신규진입이다.

현대 SK 롯데 등 굴지의 대기업은 물론 외국계 은행 등 11개 기업및 기관이 카드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정부는 연내 이들의 신규참여를 허용해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시장의 대규모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움직임이다.

이제 카드업계도 살아남기 위한 저비용.고효율 시스템 정착과 다양한 수익원 개발이 불가피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