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분야의 중견 기업인 J사는 요즘 "정중동"이다.

주식 상장을 통해 1천여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였고 사업을 다각화 한다는 방침도 세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인터넷분야에 진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물밑에서 콘텐츠와 솔루션 전문기업의 인수를 물색하고 있다.

그 시기는 올해 4.4분기쯤.벤처 거품이 완전히 걷힌 이후다.

M&A시장에 벤처매물이 쏟아지면서 오프라인 대기업.중견기업들의 온라인 진출이 본격화 되고 있다.

테헤란밸리에 있는 M&A전문회사에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도 철강 화학 섬유 등 전형적인 "굴뚝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은 헐값으로 우수한 닷컴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첨단 기업으로의 이미지 변신"과 "온라인 시장 확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굴뚝산업의 인터넷진출=지난 1월 20일 텐트제조 전문회사인 지누스(구 진웅)의 주가는 6천원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가 인터넷폰 회사인 웹투폰에 10억원을 투자해 대주주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가는 2개월도 채 안돼 11만원을 돌파했다.

오프라인 기업의 닷컴기업 인수에 대한 시장의 호의적 반응을 극명하게 나타낸 사례다.

에이원 창업투자의 조효순 사장은 "최근 오프라인의 많은 기업들이 태스크포스 등을 구성해 닷컴 기업 인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와 매수자문계약을 체결하고 벤처기업의 인수를 의뢰한 10여개의 기업은 모두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오프라인 기업들이다.

최근 전문포털사이트를 운영하기위해 닷컴기업 인수에 나선 M사의 관계자는 "온라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모기업에 대한 홍보효과가 크고 상황에 따라서는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도 올 하반기 벤처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5천억원을 투자한 삼성그룹은 하반기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뒤늦게 벤처투자에 뛰어든 SK그룹은 오히려 하반기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산 금호 코오롱 등도 상반기에 올해 목표량의 20~30%밖에 투자를 하지않아 하반기 시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벤처게이트의 박순풍 사장은 "삼성의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등 오프라인 백화점에 비해 손색이 없다"며 "오프라인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온라인 업체를 인수하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닷컴기업에 대한 투자 유형=전문가들은 하반기 벤처 M&A의 유형을 <>닷컴기업끼리의 경쟁력 제고차원 합병 <>지주회사의 닷컴기업 인수 <>오프라인 대기업.중견기업 또는 외국기업의 닷컴기업 인수 등 세가지 방향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파이낸스글로벌 원준희 사장은 "이들 3가지 유형의 M&A협상이 지금 시장에서 액티브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들 3가지 모두 M&A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중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이 오프라인 기업들의 닷컴기업 인수.

이 유형은 <>오프라인 기업의 이미지 개선 <>짧은 시간내에 비즈니스모델 창출 <>자본이득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강화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프라인의 뒷받침 없는 온라인만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시장의 분위기도 이같은 유형의 M&A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기업들이 단순 M&A가 아닌 투자와 제휴를 병행하는 벤처투자 방식을 도입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국내 중견그룹인 A사는 최근 외국기업으로부터 펀딩을 받아 합자회사를 만든뒤 온라인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회사는 지분을 인수한 온라인 벤처기업과 손잡고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A사는 자본이득과 신규사업진출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업체들이 제휴 지분참여 M&A 중 어떤 방식을 택하든 올 하반기에 있을 닷컴기업의 사냥에 선두에 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CPC의 이황동 사장은 "기존의 오프라인 기업들이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만회하고 우수기술과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M&A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고 강조했다.

<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