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총파업을 막기위한 정부와 금융노조간 첫 만남은 쟁점에 대한 팽팽한 의견대립만 확인한 채 끝났다.

협상후 이용득 금융산업노조위원장은 "합의할 여지가 조금도 없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양측은 9일 오후 2시 2차 협상을 하기로 하는 등 대화채널을 계속 열어 두기로 해 타협의 여지는 남겨 놨다.

<> 금융구조조정을 늦춰라 =금융노조는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을 유보하고 은행권 2차구조조정을 3년간 늦춰 달라고 제안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예금부분보장제 시행도 당분간 연기할 것을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강제합병하는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며 노.사.정이 합의해 다시 만들자고 요구했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더라도 자체경영정상화가 가능한 은행은 지주회사로 묶지 않겠다는 선언을 정부가 공식적인 문서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은행의 구조조정을 3년간 늦춰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시장의 힘에 의해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핵심요구사항인 셈이다.

이에대해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법 제정만큼은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시장 대형화.겸업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이를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구조조정 자체를 포기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지주회사를 통한 통합시 인력감축 점포정리 등을 유예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확고히 했다.

예금부분보장제도 실시 연기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부실은행들이 지금의 체제에서 안주할 수 있게 돼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좌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진로에 대해 "은행별로 자체 정상화계획을 제출토록 한 뒤 독자생존의 실현가능성을 따져보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관치금융 청산 논란 =금융노조는 관치금융청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주장했다.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은 "인사 지배구조 등의 문제점에 대해 금융정책건의서를 만들었다"며 "은행관련법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노조는 채권펀드 10조원 조성의 예에서 보듯 정부가 금융회사에 지시할 경우 명확히 문서로 남겨 향후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경부는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이래 관치금융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10조원 규모의 채권형 펀드를 조성할 때 은행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이나 대우그룹 담보채권을 매입하도록 종용했다는 등의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모두 금융시장이 붕괴될 수 있는 비상시기에 정부가 "시장 수호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조치들일 뿐 관치금융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용로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은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사가 파산했을 때 미국정부가 취한 조치들을 관치금융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관치금융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권력자 개인의 득실 때문에 특정기업에 대한 대출을 청탁하거나 인사에 간여하는 것들로 좁혀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막판 타결 가능할까 =협상을 마친뒤 이용득 위원장은 "오늘같은 분위기라면 2차 협상에서도 타결을 기대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양측이 9일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키로 해 막판 극적 타결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양측은 공식만남 외에도 주말을 이용해 실무자간 쟁점사항에 대한 이견을 절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현.김인식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