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서... 답변은 (질문받은) 상대방이 말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줘야..."

잇따른 실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가 이번에는 기자들을 한수 가르치려다 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일본의 총리관저 출입기자들은 지난 주말 모리 총리로부터 취재요령에 대한 훈수를 몇가지 들었다.

교습장소는 총리관저내의 흡연실.

관저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모리 총리가 기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였다.

약 25분간의 간담회에서 모리 총리는 언론에 대한 불만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기자 여러분들, 공부가 부족합니다. 나의 발언을 (기자들이)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맘대로 쓰고 있어요. 그러니 독자들에게는 내가 형편없는 짓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수 밖에요"

총리의 항변은 이어졌다.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답변을 피하는 것도 있지만 중요한 문제일수록 10초내에 대답할 수가 없어 그런겁니다. 취재매너가 나빠 응대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총리의 답변은 의무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서비스입니다"

지난 4월 총리직을 맡은후 거듭된 말실수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탓인지 그는 직선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나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내말이 가져올 영향을 미리 꼼꼼히 따져 봅니다"

첫 취임직후 "일본은 신의 나라"라는 발언으로 우방국들의 심사를 건드린데 이어 "한반도에는 두 민족"이니 "IC(집적회로)혁명" 등 지적수준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실언을 계속 흘리고 다녀 자민당표를 갉아먹었다는 평을 들은 모리 총리의 입.

자신의 2차내각 발족후 첫번째 간담회를 언론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일관한 그의 입에서는 일본 열도를 들쑤셔 놓은 우유 식중독 사건과 오키나와 G8 정상회담 준비 등 화급한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사전예고도 없이 불쑥 이뤄진 이날 간담회가 극히 이례적이었다고 전했다.

총리는 이날 발언을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로 해달라며 반으름장을 놓았지만 언론은 다음날 아침 총리의 훈수 기사를 빼놓지 않았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