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간에 벌어지고 있는 "마늘협상"이 열흘을 넘기면서 장기화되고 있다.

협상관계자들은 "지루하고도 어려운 협상"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측은 협상테이블에서는 합의해 놓고 이튿날 다른 문제를 제기,우리측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내일이면 서명될 것"이라던 협상이 또 한 주일을 넘겼다.

협상은 철저히 중국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측이 협상의 칼자루를 잡고 있기때문이다.

애당초 한국정부로서는 얻을 게 없는 싸움이었다.

협상팀은 중국마늘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조치로 "화가 난" 중국을 달래야만 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상대의 비위나 맞춰야 하는 탓에 우리측은 애초부터 협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지난 10일간 중국측이 휘두르는 칼을 피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중국정부가 휘두른 칼은 "거대한 중국시장"이었다.

이번 협상은 "어설픈" 통상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마늘수입관세를 30%에서 3백15%로 올렸을때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미처 예견하지 못했다.

아니,알면서도 외면했을는지도 모른다.

이 바람에 폴리에틸렌 및 핸드폰 관련 업체들만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결국 우리는 두 상품의 수출길을 다시 뚫기위해 중국산 마늘을 사주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두 잃은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중국이라는 나라를 정확히 알게 됐다면 값진 수확이 아닐 수 없다.

한 협상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어차피 한 번쯤은 겪어야할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우리의 3대 교역국(연간 약 2백30억달러)이자 48억달러의 흑자시장임에도 괄시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정부나 기업 모두가 "중국에는 적당히 팔아먹으면 그만이다"는 식이었다.

통상외교는 미국과 일본,유럽연합(EU)등 선진국들을 대상으로 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마늘사태를 계기로 중국도 이제 치열한 통상외교를 벌어야하는 나라로 우리앞에 다가왔다.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팔고 어떤 것을 사올지,상호 비교우위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중국의 협상술을 아는 전문가도 키워야 한다.

그게 이번 사태의 교훈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