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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감시대] (111) 제1부 : 1997년 가을 <11> '여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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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홍상화

    진성호는 사우나실 밖으로 나와 샤워도 하기 전 냉탕 안으로 몸을 던졌다.

    머리까지 물 속에 담그고 숨을 참았다.

    2분 가까운 시간 동안 숨을 참으며 찬물 속에 잠수한 상태에서 진성호는 세 가지 결론을 내렸다.

    첫째는 정동현에게 철저하게 복수를 한다는 것이었고,둘째는 아내가 최고의 의료기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것이며,셋째는 앞으로 아내와는 헤어지고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여자와도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여전히 찬물 속에서 머리까지 잠그고 거의 본능적으로 내린 세 가지 결정에 대해 정당성을 찾으려 들었다.

    정동현에 대한 복수는 그가 저지른 무분별함에 대한 당연한 대가다.

    그의 무분별함은 윤리감각이 혼탁해진 현대 사회에서 용서되고 잊혀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남자의 무분별함에 희생된 다른 남자는 그 순간부터 이미 살아 숨쉬는 인간이 아니고 이미 속으로는 죽은 인간이 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고,세상이 두 쪽이 나도 자신은 그런 남자가 될 수는 없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더구나 정동현은 텔레비전 토크쇼의 사회를 맡으면서 수많은 남자를 죽여 숨만 쉬는 인간으로 만들었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고,그들 모두를 대신해서 진성호는 정동현이 마땅히 받아야 할 형의 집행자 역할을 하고 싶었다.

    아내가 최고의 의료기술 혜택을 받도록 힘쓰겠다는 것은 어찌됐건 한때 살을 섞었던 아내를 도와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지만,그것보다는 돈의 위력을 발휘하고 싶은 기회를 갖고 싶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결코 오래 산 인생은 아니지만 돈의 무서운 파괴력과 잔인한 부패성에 대해서 진성호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고,의료혜택은 돈이 좋은 방향으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 중의 하나임을 그는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진성호가 마지막으로 한 결정,즉 다시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결혼은 인생에서 한 번의 실패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내의 불륜은 한 여자의 배신일 뿐만 아니라 여자 모두를 대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모든 인생을 바쳐 구축하려는 성채가 자신의 짧은 인생에만 그친다면 그것은 노력해야 할 가치가 없어 보였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갖는다는 것,그것은 여자의 배신에 대한 달콤한 복수로 여겨졌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노력의 수혜자가 될,자신의 핏줄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히며 물 밖으로 머리를 내놓았다.

    그는 후하고 숨을 들이쉬면서 위를 쳐다보았다.

    황무석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깜짝 놀랐습니다. 하도 오랫동안 물속에 계셔서요"

    황무석이 놀란 표정 속에 말했다.

    "왜요? 자살이라도 하는 줄 알았나요?"

    진성호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내가 물속에 있으면서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렸어요"

    진성호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 일이 황무석을 비롯한 모든 사람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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