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개성 돋보이는 뮤지컬 '3色' .. 드라큘라/렌트/도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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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색깔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 3편이 동시에 무대에 올랐다.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는 "드라큘라"(국립극장),오늘의 사랑을 찬미하는 "렌트"(예술의전당),자연과 일상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는 "도솔가"(LG아트센터).
각각 유럽형,브로드웨이,우리식 음악극을 대표하는 작품이어서 음악적 색채감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7월을 풍성한 뮤지컬 시즌으로 만들고 있는 현장을 가봤다.
<>드라큘라
이 작품은 1막1장부터 장중한 음악과 환상적인 무대세트,다이내믹한 무용으로 객석을 압도한다.
신에 대항하는 드라큘라가 저주를 받아 흡혈귀가 되는 과정이 스펙터클하게 그려진다.
드라큘라에 쫓기는 사람들이 객석 뒤편에서 횃불을 들고 들어오는 도입부와 드라큘라를 견제하는 광대의 역할은 극중 인물간의 갈등이 다뤄지지 않는 1장의 무대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
그러나 날렵한 연기를 보여야 할 광대가 관객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좀 더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드라큘라는 세 작품 가운데 드라마적인 흐름이 가장 뚜렷한 뮤지컬.그만큼 출연진의 연기와 동작이 노래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드라큘라 로레인 아드리아나 등 주연을 제외한 나머지 출연자들의 연기와 동작은 아직 매끈하지 못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음악적 측면에서는 오페라같은 감동을 전해주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드라큘라와 아드리아나가 부르는 "우리는 하나",로레인의 아리아 "사랑하는 나의 님",아드리아나와 광대의 2중창 "나비야" 등이 잊혀지지 않는 명곡들이다.
아내 아드리아나를 향한 드라큘라의 사랑이 멜로디를 타고 흐를때 가슴찡한 감동과 아픔이 그대로 전해왔다.
<>렌트
하드록,그런지 펑크록,리듬앤 블루스,발라드,탱고 등 다양한 음악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리아나 이중창 합창 뿐 아니라 레시타티브 부분에서도 끊임없이 음악이 이어진다.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노래,빠른 호흡과 장면전환이 록뮤지컬의 묘미를 전해준다.
이 작품은 예술혼을 간직해 나가는 가난한 젊은 예술인들과 이들을 비웃고 착취하는 세상을 대조시킨다.
그런 세상을 대변하는 집주인 베니도 예전에는 이들과 함께 고락을 같이한 예술가였다.
로저가 "베니,네 이상은 어디갔어"라고 묻자 베니는 "누구나 주인이 되면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하지"로 비꼰다.
"예술하는 척 하지마.자유로운 예술은 죽었어"라고 쏘아붙이는 베니.
우리들의 내면에도 그런 시기와 아집이 남아있지 않을까.
주인공 로저와 미미가 만나는 장면도 독특하다.
리드미컬한 박자에 맞춰 경쾌하게 노래를 주고 받는다.
오페라 "라보엠"의 순진무구한 미미가 아니라 야하고 도발적인 이미지의 미미란 데 먼저 놀란다.
물론 푸치니가 현대에 살았으면 이런 스타일의 "라보엠"을 만들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 작품은 "라보엠"과 달리 로저와 미미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는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마크,컴퓨터 천재인 콜린스,행위예술가인 모린 등도 주역이라 할 만큼 다층적인 얘기구조를 갖고 있다.
조나단 라슨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얘기를 여러 캐릭터에 담으려 한 것 같다.
<>도솔가
가장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세기가 이데올로기와 과학에 매달린 시기였다면 새로운 세기에는 잃어버린 자연을 회복하고 일상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같은 주제의식은 짜라와 투스트라의 만남에서 직설어법으로 드러난다.
"나는 자연의 품에서 태어났다네.새소리 바람소리는 가장 아름다운 자장가. 하지만 바람소리가 내 벗이 되지는 못했지.풀벌레도 내사랑이 될 순 없었어.인간을 찾아,어딘가 있을 내사랑을 찾아 세상으로 나갔지"(투스트라).
짜라는 이같은 투스트라의 현실참여에 대해 "이제 난 인간을 사랑하지 않아.자연과 한 몸이 되었네.난 세상이 두려워"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짜라는 투스트라의 뜻을 따라 인간세상을 찾게 되고 구원의 복음을 전한다.
짜라의 누이동생이 오빠를 그리며 부르는 아리아 "가신 님"은 해금 반주에 맺고 풀고 하는 우리식 창법으로 선보인다.
"투스트라의 노래"는 레퀴엠을 우리식으로,마지막 부분의 합창 "해를 먹다"는 불교음악 범패와 사대부 음악이었던 영가를 섞어 만든 곡이다.
우리 음악은 몸과 마음을 씻어주는 청아한 느낌이 특징.
눈을 감고 듣거나 노래하기에 적당한 음악이란 생각이 든다.
시각적인 예술이라 할 수 있는 뮤지컬속에서 우리 음악의 깊숙한 맛과 의미를 살리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해볼 부분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 hankyung.com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는 "드라큘라"(국립극장),오늘의 사랑을 찬미하는 "렌트"(예술의전당),자연과 일상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는 "도솔가"(LG아트센터).
각각 유럽형,브로드웨이,우리식 음악극을 대표하는 작품이어서 음악적 색채감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7월을 풍성한 뮤지컬 시즌으로 만들고 있는 현장을 가봤다.
<>드라큘라
이 작품은 1막1장부터 장중한 음악과 환상적인 무대세트,다이내믹한 무용으로 객석을 압도한다.
신에 대항하는 드라큘라가 저주를 받아 흡혈귀가 되는 과정이 스펙터클하게 그려진다.
드라큘라에 쫓기는 사람들이 객석 뒤편에서 횃불을 들고 들어오는 도입부와 드라큘라를 견제하는 광대의 역할은 극중 인물간의 갈등이 다뤄지지 않는 1장의 무대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
그러나 날렵한 연기를 보여야 할 광대가 관객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좀 더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드라큘라는 세 작품 가운데 드라마적인 흐름이 가장 뚜렷한 뮤지컬.그만큼 출연진의 연기와 동작이 노래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드라큘라 로레인 아드리아나 등 주연을 제외한 나머지 출연자들의 연기와 동작은 아직 매끈하지 못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음악적 측면에서는 오페라같은 감동을 전해주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드라큘라와 아드리아나가 부르는 "우리는 하나",로레인의 아리아 "사랑하는 나의 님",아드리아나와 광대의 2중창 "나비야" 등이 잊혀지지 않는 명곡들이다.
아내 아드리아나를 향한 드라큘라의 사랑이 멜로디를 타고 흐를때 가슴찡한 감동과 아픔이 그대로 전해왔다.
<>렌트
하드록,그런지 펑크록,리듬앤 블루스,발라드,탱고 등 다양한 음악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리아나 이중창 합창 뿐 아니라 레시타티브 부분에서도 끊임없이 음악이 이어진다.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노래,빠른 호흡과 장면전환이 록뮤지컬의 묘미를 전해준다.
이 작품은 예술혼을 간직해 나가는 가난한 젊은 예술인들과 이들을 비웃고 착취하는 세상을 대조시킨다.
그런 세상을 대변하는 집주인 베니도 예전에는 이들과 함께 고락을 같이한 예술가였다.
로저가 "베니,네 이상은 어디갔어"라고 묻자 베니는 "누구나 주인이 되면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하지"로 비꼰다.
"예술하는 척 하지마.자유로운 예술은 죽었어"라고 쏘아붙이는 베니.
우리들의 내면에도 그런 시기와 아집이 남아있지 않을까.
주인공 로저와 미미가 만나는 장면도 독특하다.
리드미컬한 박자에 맞춰 경쾌하게 노래를 주고 받는다.
오페라 "라보엠"의 순진무구한 미미가 아니라 야하고 도발적인 이미지의 미미란 데 먼저 놀란다.
물론 푸치니가 현대에 살았으면 이런 스타일의 "라보엠"을 만들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 작품은 "라보엠"과 달리 로저와 미미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는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마크,컴퓨터 천재인 콜린스,행위예술가인 모린 등도 주역이라 할 만큼 다층적인 얘기구조를 갖고 있다.
조나단 라슨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얘기를 여러 캐릭터에 담으려 한 것 같다.
<>도솔가
가장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세기가 이데올로기와 과학에 매달린 시기였다면 새로운 세기에는 잃어버린 자연을 회복하고 일상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같은 주제의식은 짜라와 투스트라의 만남에서 직설어법으로 드러난다.
"나는 자연의 품에서 태어났다네.새소리 바람소리는 가장 아름다운 자장가. 하지만 바람소리가 내 벗이 되지는 못했지.풀벌레도 내사랑이 될 순 없었어.인간을 찾아,어딘가 있을 내사랑을 찾아 세상으로 나갔지"(투스트라).
짜라는 이같은 투스트라의 현실참여에 대해 "이제 난 인간을 사랑하지 않아.자연과 한 몸이 되었네.난 세상이 두려워"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짜라는 투스트라의 뜻을 따라 인간세상을 찾게 되고 구원의 복음을 전한다.
짜라의 누이동생이 오빠를 그리며 부르는 아리아 "가신 님"은 해금 반주에 맺고 풀고 하는 우리식 창법으로 선보인다.
"투스트라의 노래"는 레퀴엠을 우리식으로,마지막 부분의 합창 "해를 먹다"는 불교음악 범패와 사대부 음악이었던 영가를 섞어 만든 곡이다.
우리 음악은 몸과 마음을 씻어주는 청아한 느낌이 특징.
눈을 감고 듣거나 노래하기에 적당한 음악이란 생각이 든다.
시각적인 예술이라 할 수 있는 뮤지컬속에서 우리 음악의 깊숙한 맛과 의미를 살리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해볼 부분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