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신흥재벌로 급부상했다가 사라져갔던 율산 신화의 주인공 신선호 회장(53)이 재기를 향한 일보를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지난 79년 16개 전계열사가 일괄부도난 후 21년만이다.

신 회장이 재기의 발판으로 삼아온 서울 강남 터미널의 복합타운개발사업인 "센트럴시티"프로젝트중에서 호텔(J.W 메리어트 호텔,33층)이 12일 부분 완공돼 개관한다.

센트럴 시티는 이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백화점(10층),예식홀과 아케이드(6층)를 잇따라 개장한다.

센트럴 시티는 1만8천8백여평의 대지에 연건평 13만평 규모로 세워진 대단위 복합생활문화공간으로 지난 94년 착공,6년만에 내부 인테리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사가 완공됐다.

이 사업에 신 회장측은 4천5백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5년 경기고 동창생들과 함께 자본금 1백만원으로 율산실업을 창업한 신 회장은 회사 설립 3년만에 자본금 1백억원에 종업원 8천명을 거느린 재벌로 급속히 성장하며 "재계의 무서운 아이"로 불렸다.

잘나가던 신 회장은 79년 1월 청와대 비서실장을 사칭한 괴한에게 납치된후 극적으로 탈출하는 등 좋지않은 일들이 겹친 상황에서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끝에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으면서 재계에서 퇴출당했다.

당시 율산이 정치적으로 당했다는 소문이 나돌기했고 그 무렵 재무부 금융정책과장으로 근무하던 이헌재 재경부 장관은 이 사건으로 타의에 의해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는 등 파장이 컸다.

출소후 신 회장은 77년 서울시로부터 17억원에 매입한 서울종합터미널 부지를 재개의 발판으로 삼고 절치부심했다.

도산 직후 신 회장과 율산의 모든 자산은 채권은행단에 의해 공매 처분됐지만 터미널 부지는 율산에 땅을 팔았던 서울시가 소유권이전을 미뤘던 덕분에 공매 처분을 모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재기과정에서 이 부지와 사업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센트럴시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이는 수완을 보였다.

신 회장은 센트럴시티가 완공되는 연말께부터 본격적인 대외 활동을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