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반대운동본부의 인터넷 사이트(talk.to/ourdog)를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수십마리의 개가 짓어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나왔기 때문이다.

개고기를 많이 먹는 여름철인 탓인지 개 짖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곳에서는 개고기 합법화법안을 주도했던 국회의원들을 "개고기의원"이라고 부르며 심하게 비난해놓고 있었다.

안티피라미드 사이트(www.antipiramid.org)는 다른 의미에서 눈길을 끌었다.

초기화면에 올려진 "불법 피라미드와의 시민전쟁 선포"란 문구는 네티즌들의 분노를 짐작케 했다.

다단계업체들의 불법적인 행태에 맞서 사이버시위에 돌입한다는 내용의 선언문과 서울YMCA와 함께 특정 다단계판매업체를 서울지검에 고발했다는 글도 게시돼 있었다.

이곳 못지않게 요란한 곳은 초고속인터넷 안티 사이트들이다.

안티ADSL(my.netian.com/~adsl) 게시판에는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두루넷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되어 있었다.

대부분 ADSL 개통이 지연되고 전송속도가 너무 늦다는 내용이었다.

안티코넷 안티두루넷 안티드림라인 등도 사이트만 다를 뿐 대부분 비슷한 글이 게시되어 있었다.

이밖에 특정 기업을 비난하기 위한 안티 사이트도 한둘이 아니다.

자동차 4사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기 위한 사이트(anticar.co.kr)도 있다.

또 표절을 일삼는 가수를 비판하려고 초기화면에 해골 문양을 걸어놓은 사이트,극우적 논조를 펼치는 특정 신문을 비판하기 위한 사이트,한국사회의 부정적 측면을 꼬집기 위한 안티 사이트도 있고 여자를 상품화한다는 이유로 미스코리아대회를 반대하기 위한 사이트도 있다.

그야말로 "안티 세상"이 활짝 열렸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비아냥은 옛말이 됐다.

요즘 네티즌들은 참지 않는다.

억울하면 인터넷에 들어가 신랄하게 비판하고 고발한다.

각종 안티 사이트는 네티즌들의 분노에 찬 글로 가득차 있다.

이런 추세는 법원이 최근 안티 사이트에 대해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함에 따라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안티 사이트는 소비자 권익찾기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안티피라미드 안티카 안티ADSL 등의 사이트는 약자인 소비자가 강자인 기업에 맞서기 위해 만든 것으로 비교적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물론 당하는 기업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건전한 비판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한 안티 사이트에는 "만족한 고객은 3명의 친구를,불만족한 고객은 10명의 적을 만든다"고 씌여 있다.

특정 기업을 비판하기 위한 안티 사이트는 비록 법원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해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경쟁사 직원들이 이 사이트를 "라이벌 죽이기 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까닭에 한 안티 사이트는 "경쟁사에 의한 비방 음해 선전 등의 문구는 삭제하며 당국에 고발할 수도 있다"고 써붙여 놓았다.

안티 사이트는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생활신조나 정치적 소신이 다른 사람들이 이곳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고 상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네 주장만 늘어놓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남들을 비방하는 사이트도 적지 않았다.

이런 문제만 개선된다면 안티 사이트는 전자민주주의를 앞당기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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