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들의 긴급제언] (4) 김기환 <태평양경제협력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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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社會 이대론 안된다 - ''정부정책 혼선/불신 원인과 처방'' ]
김기환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회장은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이해집단 사이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의사 집단폐업, 은행 파업 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원인은 사회 전반의 신뢰감이 약화된 탓"이라며 정부의 정책 혼선과 대응능력 부족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평상시와 비상시의 정책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경제가 정상궤도에 올라서는 상황에서 정부가 비상시의 정책을 고집하다 신뢰의 고리가 끊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 정착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세계의 경제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처럼 추상적인 개혁 테마를 나열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액션플랜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만난 사람 = 최경환 < 전문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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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폐업에 이어 수습되기는 했으나 은행파업 등의 사회적 갈등이 집단적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집단 이기주의가 분출하는데 대해 너무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이익을 버리고 국가만을 생각할 수는 없겠지요.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챙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집단 이기주의가 분출될 때 정부가 이를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다는데 있습니다"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YS정부 시절의 노동법 파동 이후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집단 행동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습니다.
사회 전반의 신뢰가 약화된 때문이지요.
노조는 경영자를 믿지 않고 금융권은 정부를 믿지 않습니다.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집단간의 신뢰가 없어 아무것도 되는 것 없이 논란만 계속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지난 96년말 노동법 파동 이후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이 급속히 와해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게 됐다는 것은 명심해야 합니다"
-최근의 집단 행동이 초래된 데도 의약분업,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정책 혼선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평상시와 위기시의 정부 정책은 달라야 합니다.
위기시의 정부개입은 인정해야 하지요.
그리고 위기가 지나가면 정부는 평상시의 정책으로 돌아와 시장의 자율기능을 살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위기상황이 지나고 있는데도 비상시의 정책을 고집하다 신뢰를 상실하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올해들어서는 총선이나 남북 정상회담을 의식해 문제해결을 미뤄온 것도 신뢰를 잃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문제를 적당히 덮어두거나 원칙없는 타협을 했기 때문이지요"
-정부의 정책 혼선은 총선과정에서 공적자금 문제 등에 정치권이 너무 깊게 개입하면서 빚어진 측면은 없습니까.
"어느 나라나 정치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 정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를 국민에게 묻고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이슈를 덮어두는데 급급해 하고 있습니다.
또 무원칙한 개입으로 개혁의 계기(momentum)를 잃게 하고 있습니다.
투신사나 대우 문제가 터졌을 때가 구조조정의 적기였는데 선거와 연계되면서 미뤄졌지요"
-외국인들은 한국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지난 2년간 외국인은 한국경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걱정하는 시각이 늘어가는 것 같아요.
가령 10조원 규모의 채권매입자금 조성문제에 대해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으며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은행과 종금사를 짝지어 어느 은행이 어느 종금사를 챙겨야 한다느니 하는 것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의 정치적 기반이 강화될 줄 알았는데 실제 그렇지 못한 것도 의아해 합니다.
한국의 개혁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를 잘 알고 있는 외국인들로서는 한국이 멈칫거리는데 대해 걱정하는 눈치입니다"
-금융구조조정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는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전반적으로는 크게 흠잡을 데 없어요.
다만 총선과 남북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개혁의 계기를 잃은게 아쉽습니다.
금융구조조정을 합병과 동일시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부실을 털어내는 것이 더 중요해요.
부실 해결과 관련해 부실채권 유동화를 위한 시장 조성에는 무관심하다는 것도 문제죠.
감원만 생각하지 말고 새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상품개발 등 경영능력을 높이는 데도 눈을 돌려야 할 것입니다"
-사이버 금융으로 인해 인력 감원요인이 대폭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산업혁명기에 기계가 등장하면서 노동자의 일자리가 위협받자 기계를 때려 부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기술발전이 가속화되면서 훨씬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지요.
신기술이 도입되면 단기적으로는 인원 감축요인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게 됩니다.
앞으로 금융은 돈 장사가 아니라 정보 장사가 될 것입니다.
인터넷이 촉발시킨 정보통신(IT) 혁명이 금융부문에서 새로운 업무영역을 창출할 것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파업에는 반대하면서도 관치금융 청산 등 금융노련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는 듯합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비상시엔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비상시에 행했던 관치금융 자체를 부정하지 말고 앞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요.
기업구조조정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입니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의 경우 정부가 오너입니다.
그런데 오너인 정부가 전문경영인 역할까지 맡으려고 하는 것은 자승자박의 꼴입니다"
-금융계에서는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희생을 당한 금융계에 또다른 희생을 강요하는데 대한 반발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새로운 조정단계에 들어설 때는 각 부문에 미치는 충격파가 다르고 피해의 정도도 다르게 마련입니다.
정보통신 혁명의 여파는 제일 먼저 금융업에 밀어닥치게 되며 이러한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세계화가 맨 먼저 일어나는 곳도 금융부문입니다.
금융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으려면 혹독한 시련과 수술이 불가피하지요.
하지만 먼저 시련을 겪는 만큼 기회도 먼저 주어지는 이점도 있습니다.
금융부문의 종사자들이 이해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이해집단들이 걸핏하면 대통령만 상대하겠다고 나선 탓에 각료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문제해결을 어렵게 합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무엇일까요.
"현 정부들어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장관들에게 권한 위임이 부족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따라서 경제부총리 제도를 부활하는게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팀 수장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해 부처간의 입장 차이와 이해관계를 조율하게 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물어야 각료들의 위상이 높아집니다.
개각설이 6개월이상 지속되면서 책임 행정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부 장관들의 말 뒤집기가 정책 혼선으로 비춰지고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요.
특히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일부 관료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연의 문제입니다.
국가와 민족이 살기 위해 경제개혁은 필요하며 실행할 수 있을 때 과감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엔 수세기만에 한번 올까말까 한 기회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북아에 화해 무드가 무르익고 한반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경제중심지가 되면 다국적기업이 몰려들고 안보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예이지요.
이런 비전을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추상적인 개혁 목표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시장경제 창달이니 생산적 복지니 하는 막연한 구호로는 국민들을 개혁에 동참하도록 유도할 수 없습니다"
[ "대표적 개방론자" ]
외국인들이 김 회장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미국 버클리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귀국한 후 대부분의 공직을 대외관련 분야에서 보낸 그는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한국경제의 개방화.국제화 필요성을 국내외적으로 역설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개방화.국제화 불가피성에 대한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외환위기 직전에는 경제 협력대사 자격으로 캉드쉬 IMF 총재를 극비리에 서울로 불러들이는 밀사역을 맡기도 했다.
공직을 은퇴한 후에도 김&장 고문,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 골드만삭스 고문 등의 직책을 맡으면서 대외관련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정리=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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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1932년 생
<> 미국 그린넬대 역사학과 졸업
<>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 경제학 박사
<>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 상공부 차관
<> 해외협력위원기획단 단장 겸 통상대표대사
<> 남북경제회담 수석대표
<> 세종연구소 소장
<> 대외경제협력담당 특별대사
<> 김&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
<>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회장(현)
<> (주)미디어밸리 대표이사 회장(현)
<> 골드만삭스 국제자문위원(현)
<> 주요 저서:정부 주도에 의한 한국의 경제발전, 경제개발 과정에서의 자유화정책 등 다수
김기환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회장은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이해집단 사이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의사 집단폐업, 은행 파업 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원인은 사회 전반의 신뢰감이 약화된 탓"이라며 정부의 정책 혼선과 대응능력 부족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평상시와 비상시의 정책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경제가 정상궤도에 올라서는 상황에서 정부가 비상시의 정책을 고집하다 신뢰의 고리가 끊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 정착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세계의 경제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처럼 추상적인 개혁 테마를 나열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액션플랜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만난 사람 = 최경환 < 전문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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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폐업에 이어 수습되기는 했으나 은행파업 등의 사회적 갈등이 집단적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집단 이기주의가 분출하는데 대해 너무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이익을 버리고 국가만을 생각할 수는 없겠지요.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챙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집단 이기주의가 분출될 때 정부가 이를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다는데 있습니다"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YS정부 시절의 노동법 파동 이후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집단 행동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습니다.
사회 전반의 신뢰가 약화된 때문이지요.
노조는 경영자를 믿지 않고 금융권은 정부를 믿지 않습니다.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집단간의 신뢰가 없어 아무것도 되는 것 없이 논란만 계속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지난 96년말 노동법 파동 이후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이 급속히 와해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게 됐다는 것은 명심해야 합니다"
-최근의 집단 행동이 초래된 데도 의약분업,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정책 혼선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평상시와 위기시의 정부 정책은 달라야 합니다.
위기시의 정부개입은 인정해야 하지요.
그리고 위기가 지나가면 정부는 평상시의 정책으로 돌아와 시장의 자율기능을 살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위기상황이 지나고 있는데도 비상시의 정책을 고집하다 신뢰를 상실하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올해들어서는 총선이나 남북 정상회담을 의식해 문제해결을 미뤄온 것도 신뢰를 잃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문제를 적당히 덮어두거나 원칙없는 타협을 했기 때문이지요"
-정부의 정책 혼선은 총선과정에서 공적자금 문제 등에 정치권이 너무 깊게 개입하면서 빚어진 측면은 없습니까.
"어느 나라나 정치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 정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를 국민에게 묻고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이슈를 덮어두는데 급급해 하고 있습니다.
또 무원칙한 개입으로 개혁의 계기(momentum)를 잃게 하고 있습니다.
투신사나 대우 문제가 터졌을 때가 구조조정의 적기였는데 선거와 연계되면서 미뤄졌지요"
-외국인들은 한국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지난 2년간 외국인은 한국경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걱정하는 시각이 늘어가는 것 같아요.
가령 10조원 규모의 채권매입자금 조성문제에 대해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으며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은행과 종금사를 짝지어 어느 은행이 어느 종금사를 챙겨야 한다느니 하는 것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의 정치적 기반이 강화될 줄 알았는데 실제 그렇지 못한 것도 의아해 합니다.
한국의 개혁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를 잘 알고 있는 외국인들로서는 한국이 멈칫거리는데 대해 걱정하는 눈치입니다"
-금융구조조정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는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전반적으로는 크게 흠잡을 데 없어요.
다만 총선과 남북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개혁의 계기를 잃은게 아쉽습니다.
금융구조조정을 합병과 동일시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부실을 털어내는 것이 더 중요해요.
부실 해결과 관련해 부실채권 유동화를 위한 시장 조성에는 무관심하다는 것도 문제죠.
감원만 생각하지 말고 새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상품개발 등 경영능력을 높이는 데도 눈을 돌려야 할 것입니다"
-사이버 금융으로 인해 인력 감원요인이 대폭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산업혁명기에 기계가 등장하면서 노동자의 일자리가 위협받자 기계를 때려 부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기술발전이 가속화되면서 훨씬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지요.
신기술이 도입되면 단기적으로는 인원 감축요인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게 됩니다.
앞으로 금융은 돈 장사가 아니라 정보 장사가 될 것입니다.
인터넷이 촉발시킨 정보통신(IT) 혁명이 금융부문에서 새로운 업무영역을 창출할 것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파업에는 반대하면서도 관치금융 청산 등 금융노련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는 듯합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비상시엔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비상시에 행했던 관치금융 자체를 부정하지 말고 앞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요.
기업구조조정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입니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의 경우 정부가 오너입니다.
그런데 오너인 정부가 전문경영인 역할까지 맡으려고 하는 것은 자승자박의 꼴입니다"
-금융계에서는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희생을 당한 금융계에 또다른 희생을 강요하는데 대한 반발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새로운 조정단계에 들어설 때는 각 부문에 미치는 충격파가 다르고 피해의 정도도 다르게 마련입니다.
정보통신 혁명의 여파는 제일 먼저 금융업에 밀어닥치게 되며 이러한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세계화가 맨 먼저 일어나는 곳도 금융부문입니다.
금융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으려면 혹독한 시련과 수술이 불가피하지요.
하지만 먼저 시련을 겪는 만큼 기회도 먼저 주어지는 이점도 있습니다.
금융부문의 종사자들이 이해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이해집단들이 걸핏하면 대통령만 상대하겠다고 나선 탓에 각료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문제해결을 어렵게 합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무엇일까요.
"현 정부들어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장관들에게 권한 위임이 부족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따라서 경제부총리 제도를 부활하는게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팀 수장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해 부처간의 입장 차이와 이해관계를 조율하게 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물어야 각료들의 위상이 높아집니다.
개각설이 6개월이상 지속되면서 책임 행정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부 장관들의 말 뒤집기가 정책 혼선으로 비춰지고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요.
특히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일부 관료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연의 문제입니다.
국가와 민족이 살기 위해 경제개혁은 필요하며 실행할 수 있을 때 과감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엔 수세기만에 한번 올까말까 한 기회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북아에 화해 무드가 무르익고 한반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경제중심지가 되면 다국적기업이 몰려들고 안보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예이지요.
이런 비전을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추상적인 개혁 목표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시장경제 창달이니 생산적 복지니 하는 막연한 구호로는 국민들을 개혁에 동참하도록 유도할 수 없습니다"
[ "대표적 개방론자" ]
외국인들이 김 회장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미국 버클리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귀국한 후 대부분의 공직을 대외관련 분야에서 보낸 그는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한국경제의 개방화.국제화 필요성을 국내외적으로 역설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개방화.국제화 불가피성에 대한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외환위기 직전에는 경제 협력대사 자격으로 캉드쉬 IMF 총재를 극비리에 서울로 불러들이는 밀사역을 맡기도 했다.
공직을 은퇴한 후에도 김&장 고문,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 골드만삭스 고문 등의 직책을 맡으면서 대외관련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정리=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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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1932년 생
<> 미국 그린넬대 역사학과 졸업
<>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 경제학 박사
<>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 상공부 차관
<> 해외협력위원기획단 단장 겸 통상대표대사
<> 남북경제회담 수석대표
<> 세종연구소 소장
<> 대외경제협력담당 특별대사
<> 김&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
<>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회장(현)
<> (주)미디어밸리 대표이사 회장(현)
<> 골드만삭스 국제자문위원(현)
<> 주요 저서:정부 주도에 의한 한국의 경제발전, 경제개발 과정에서의 자유화정책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