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초원.그 위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멀리보이는 로키산맥의 만년설. 해발 1천6백50m(약 1마일) 높이에 위치해 있어 "The mile high city"로 불리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 블룸필드로 가는 36번 고속도로변 풍경에선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나고 있었다.

덴버는 미국내에서도 살기좋은 곳으로 자주 꼽힐 만큼 주변 환경이 좋다.

최근 이곳엔 벤처기업들이 속속 몰려들면서 인구가 늘고 도시전체가 활기를 띠고 있다.

덴버뿐 아니라 오로라 블룸필드 볼더 등 주변 도시들에도 벤처기업들이 생겨나 덴버를 중심으로 한 벤처집적지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덴버시 중심가에서 북서쪽으로 20마일을 달리면 블룸필드가 있다.

여기서 다시 북서쪽으로 10마일쯤 더 가면 로키산맥 바로 아래 볼더가 자리하고 있다.

콜로라도주립대가 있는 볼더와 블룸필드를 잇는 이 지역은 최근 제2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하고 있다.

블룸필드 인터로켄 연구단지에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 UPI의 스티브 온돌프 사장은 벤처기업들이 덴버 인근으로 몰려드는 이유를 "좋은 환경"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대학과 컴퓨터 반도체 바이오 관련 첨단기업이 있어 기업경영에 필요한 환경이 좋을 뿐 아니라 빼어난 자연환경 덕분에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더없이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컨설팅업체인 언스트앤영의 컨설턴트 스콧 모리슨은 벤처기업 성공조건 가운데 창의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환경은 인간에게 여러 면에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창의성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을 거라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독특한 하이테크를 주무기로 하는 벤처기업에겐 좋은 환경을 갖는 것은 창의성 발휘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눈을 돌려 국내 벤처기업을 들여다보자.좁은 사무실에서 컵라면을 먹어가며 밤낮없이 연구개발에 매달리는 게 대부분 국내 벤처기업들의 상황으로 알려져있다.

그림같은 자연환경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자연환경은 어쩔 수 없더라도 가끔씩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고 애쓴다면 근무환경을 바꿀 수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마음껏 창의성을 펼치고 성공할 수 있는 벤처기업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 아닌가.

덴버(미국)=장경영 벤처중기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