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혁명이 일본정부와 산업계의 최대 화제로 떠오른 가운데 일본의 유력 언론들이 디지털혁명의 기수이자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손 마사요시)소프트뱅크 사장에 대한 비판기사를 집중 게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이 발행하는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8일자 최신호 커버스토리 특집으로 손 사장과 소프트뱅크 그룹에 관한 기사를 싣고 최근 현황과 향후 사업전망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잡지는 24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기사에서 손 사장과의 인터뷰, 주가추이, 증권전문가 조언, 그의 인맥 등에 관한 내용을 게재하면서 예상치 못한 환경변화와 판단 실수로 소프트뱅크가 곤경에 처해 있다고 진단을 내렸다.

특히 증권분석가 6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소프트뱅크주식이 매추천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저널리스트 2명을 등장시킨 대담에서는 손사장이 사업 자체보다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출자금을 모아 회사를 상장시킨 후 이익을 따먹는데만 열중한다고 혹평했다.

손사장과 단짝으로 호흡을 맞췄던 일부 임원의 사례를 지적하면서 내부팀웍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벤처기업주식을 사고 파는 나스닥재팬 시장을 출범시키는 과정에서도 손사장이 로렌스 서머스 미재무장관 등 외부인맥을 동원, 일을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유력 월간지인 문예춘추도 최신호에서 ''손정의 총자산 3조엔의 조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손씨와 소프트뱅크의 경영이 정상궤도를 달리고 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언론의 이같은 시각은 손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주가하락 및 그의 잇단 사업확장에 대한 미묘한 감정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벤처기업의 거품 붕괴로 올들어 소프트뱅크주가가 급락한 가운데서도 지난 6월 나스닥재팬을 성공적으로 개장시켰다.

또 오릭스 등 굴지의 금융회사들과 손잡고 부실은행인 일본채권은행(신생은행으로 개명)의 인수를 최근 매듭지었다.

그러나 일본언론은 경영부실로 주저앉은 소고백화점에 일본채권은행이 빌려준 부실채권 9백70억엔을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메워주는 것이 특혜라며 비판을 늦추지 않고있다.

자민당내부에서도 일본채권은행의 부실채권 처리방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집권여당의 한축인 공명당은 공적자금지원을 백지화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손사장과 소프트뱅크에 대한 언론, 정치권의 반응에 대해 요네구라 세이이치로 히토쓰바시 대학교수는 ''쓸데없는 트집잡기''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사업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비판하는 셈"이라고 일축했다.

손사장은 현재 일본의 디지털혁명을 이끌 견인차로 평가되고 있으며 일본정부가 최근 발족한 IT전략회의에서도 최연소 멤버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1세기 생존의 열쇠는 IT혁명이 쥐고 있다며 입만 열면 디지털혁명을 외쳐대는 일본언론과 정치권이 손사장과 소프트뱅크 대한 부정적 시각을 어느 선까지 끌고 갈지 주목된다.

< 도쿄=양승득특파원 yangsd@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