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시 관성에 의해 허리가 앞쪽으로 90도 이상 꺾이면서 척추뼈의 내용물은 터질듯 골절된다.
이 경우 그동안은 가슴 한가운데를 20cm 가깝게 절개한후 갈비뼈 하나를 부러뜨리고 이곳에 수술도구를 넣어 부러진 척추뼈를 고정시키는 방법을 썼다.
가슴쪽으로 수술해야 의사가 상처난 곳을 훤히 볼수 있고 신경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수술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피부와 흉부조직을 너무 넓게 가르는 바람에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흉터가 컸다.
갈비뼈를 부러뜨려야 하기 때문에 흉곽의 모양이 변형되기도 한다.
또 흉추에 생긴 골절은 등쪽을 절개해 접근하는 방법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설사 후방 고정술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척추의 하중을 제대로 지탱해줄수 없어 구조적으로나 생체역학적으로 척추를 안정적으로 고정시키는데는 불충분했다.
손문준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은 지난 5월 국내 처음으로 흉부내시경을 이용해 척추고정술을 실시, 기존 수술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수술받은 환자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 가다 급정거하는 바람에 튕겨져 나가 떨어져 8번째 흉추가 분쇄골절된 20세의 조선족 청년.
이 환자는 부상후 열흘째에 수술을 받았고 수술후 나흘째에 보조기를 착용하고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으며 18일째에는 큰 이상없이 퇴원할수 있었다.
새 수술법은 옆구리에 지름 2cm 짜리 구멍을 3~4개 뚫어 이곳으로 흉부내시경과 수술기구를 삽입, 골절된 척추뼈를 나사못과 그물망 형태의 빔으로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한쪽 구멍에는 내시경을 넣어 비디오로 환부를 보고 다른 구멍으로는 수술기구를 삽입한다.
분쇄된 척추의 횡단면에 그물망 형태의 스텐인리스 대롱을 넣어 이곳으로 부스러진 뼈를 모으고 단단히 다진후 흔들리지 않게 나사못을 박아 고정시켰다.
손 교수는 "복강내시경을 이용해 요추부위를 수술하는 방법은 이미 보편화됐으나 흉강내시경으로 흉추부위를 수술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최근에야 시작됐다"며 "흉추부의 골절이나 디스크(추간판탈출증), 흉추부 골종양 등에 다양하게 적용할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폐기종 흉곽내혈종 늑막유착술 만성폐색성폐질환처럼 중증의 폐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적용할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집도의사의 경험과 고난도의 수술기술이 필요하다"며 "흉부수술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합병증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흉부외과 전문의의 도움과 협진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031)910-7302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