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총리 측근이자 재계거물 인사의 불법주식거래 사건으로 들끓고 있다.

문제의 인물은 스페인최대 통신업체인 텔레포니카의 빌라롱가 회장. 스페인 언론은 사내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챙긴 "빌라롱가 스캔들"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증시에선 빌라롱가 회장이 얼마나 더 자리를 지킬수 있을지가 최대 화두다.

스캔들의 발단은 지난 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월드콤과 전략제휴 협상을 하고 있던 빌라롱가 회장은 자사 주식 26만주를 매입했다.

그리고 얼마후 이를 되팔아 2천1백만 페소타스(약 1억3천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당시 증권감독위는 그의 내부자거래혐의를 조사했으나 무혐의로 처리했다.

그후 2년이 흐른 지금 증권감독위는 빌라롱가 회장의 주식 불법 매입혐의를 재조사키로 했다.

사건이 확대되자 빌라롱가 회장은 "이는 언론의 횡포이며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언론은 텔레포니카가 주주로 있는 방송국의 책임자들이 지난98년에 그의 스캔들을 "보도한 죄"로 대거 경질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역공에 나섰다.

중도우파 성향의 엘문도지는 당시 주식 불법거래 보도후 6백만달러의 광고가 취소된 점을 지적하면서 빌라롱가 회장이 언론탄압을 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빌라롱가는 아즈나르 총리가 지난 96년 텔레포니카를 민영화한 후 회장으로 임명한 총리측근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현정부에게 불편한 인물이 되고 말았다.

지난 총선기간중 아즈나르 총리는 빌라롱가 회장의 주식불법거래 혐의가 거론되는 바람에 곤혹을 치뤄야 했다.

이로인해 두사람의 우정은 금이 갔고 최근 아즈나르총리는 서명직전까지 진전된 텔레포니카와 네덜란드 KNP간의 합병안을 불허했다.

얼마전 아즈나르 총리는 "기업의 미래와 경영진의 미래를 혼동해서는 안된다"며 빌라롱가 회장과의 관계에 확실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야당인 사회당은 "회장을 임명한 총리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정치공세 포문을 열어 사건은 급기야 여.야 정치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빌라롱가의 주식스캔들은 "집권자에게는 인사가 만사"이며 "기업총수에겐 청렴도덕성이 최고의 덕목"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한번 일깨워준다.

파리=강혜구특파원hyeku@c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