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를 통해 자격검증을 거친 이한동 총리가 국회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일문일답식 대정부 질문제도로 "총리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6선 관록을 자랑하며 산전수전을 다겪은 이 총리도 국민의 대변자로 나선 초재선의원들에게는 "잘 가르쳐 주셨다""유념하겠다"며 정중히 고개숙였다.

국정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순발력 없이는 망신당하기 십상인 일문일답을 이 총리가 대과없이 무사통과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정치분야 답변에서 이 총리는 4.13총선이 부정선거였음을 집중 부각시키려 공세를 펼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선거사범 처리에는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어야 한다"는 원칙론으로 맞섰다.

통일.외교.안보분야 답변에선 "분단상황에서 사용해온 적대용어를 정비하겠다"며 한나라당 의원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포용력도 발휘했으며 취약부문인 경제분야에서도 "숫자외기에 비상한 머리"를 이용,선방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소신 피력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이 총리는 대통령 4년임기제와 부통령제 도입,검찰총장에 대한 국회인준여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총리로서 얘기를 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거나 "국회에서 관련법을 제정하면 성실하게 따를 것"이라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이 총리는 또 "북한 통신사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욕설을 한 것은 망발"이라는 예상밖의 답변을 한 뒤 문제가 되자 "야당이 확대해석했다"며 내뱉은 발언을 주워담느라 진땀을 흘렸다.

한편으로 이 총리는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와 관련해서는 보수색채를 분명히 했다.

<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