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손님들중에는 직업이 뭘까하고 궁금증을 갖게 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젊은 분(?)같은데 나이가 더 들어보이는 분들로부터 깍듯한 예우를 받는 그런 손님이 계십니다.

참고로 우리골프장 캐디들은 40대 초반이면 "젊은 분",30대면 "영계"라고 하지요.

이 젊은 분이 라운드를 할라치면 대개 2~3팀이 함께 나오는데 모두들 그분에게 "대빵"이라고 부른답니다.

티오프를 하기전 여러 사람중 한명은 캐디에게 꼭 "대빵"과 백을 같이 묶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죠.그리고 "언니,우리 카트는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전혀 신경쓰지 말라"고 하며 "대빵"의 모든 뒤치닥거리를 혼자 다 한답니다.

볼이나 티를 찾아주고,볼 낙하지점을 봐주고,클럽을 챙겨주고...캐디가 할 일을 다 해버리죠. 그날도 3팀이 왔는데 "대빵"은 3조에 있었습니다.

저는 2조를 맡았구요.

파5인 12번홀 티잉그라운드에 당도했을 무렵 1조는 홀아웃을 한뒤 그린에서 걸어나가고 있더군요.

우리 조가 약간 늦은겁니다.

겨우겨우 그린에 도착해 퍼팅을 하고 있는데 1조는 13번홀(파3)을 홀아웃했고 3조 "대빵"조는 서드샷을 남겨놓은 상태로 뒤쫓아와 있더라구요.

약간의 내기가 붙어 퍼팅을 신중하게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야! 빨리 나가".그린위에 있던 2조 손님 4명과 저는 동시에 뒤를 돌아다 봤지요.

"대빵"옆에 계시던 그분(항상 백을 같이 매달라고 하는 분)이 클럽을 휘두르며 소리를 지르고 계시더군요.

순간 2조 손님들이 "옛!"하시더니 "야,대충 쳐.볼 집어"하며 후다닥 홀아웃을 하더라구요.

다음홀에서도 "언니,거리 얼마야" "예,1백45야드입니다"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님들끼리 "야,야,빨리쳐" "안되겠다.

나 먼저 칠께"하며 정신없이 치더라구요.

허겁지겁 13번홀에서 티샷하고 그린까지 가는데 1분이 채 안걸렸습니다.

그때부터는 내기고 뭐고 없더라구요.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18번홀에서 손님들이 홀아웃하고 스코어카드 정리를 하느라 핀을 아직 꽂지 않고 있었죠.그런데 또 그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더군요.

"빨리 핀 꽂아!".저는 기겁을 해 스코어를 기입하다가 볼펜으로 "지이익-" 그어 버렸죠.얼마나 놀랐는지 핀을 꽂자마자 도망치다시피 뛰어나왔습니다.

라운드중에는 조금 놀랐지만 그사람들의 골프치는 모습을 연상하고는 한동안 배꼽을 쥐고 웃었답니다.

일동레이크GC 윤미란 www.iwatchgol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