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방침이 금융노조의 반대라는 고개를 넘어 이제 국회통과라는 고개를 남겨 놓았다.

그러나 야당측이 부실대형화, 관치금융 심화 등의 이유를 들어 지주회사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통과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2차 금융구조조정의 핵심인 금융지주회사제도를 두고 다시 한번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 금융지주회사의 개념과 도입 배경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금융기관 및 금융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업 전문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이들을 소유.지배.관리하는 회사다.

지주회사가 직접 금융업을 하면서 자회사를 거느리는 사업지주회사와 단순히 주식만 소유하는 순수지주회사의 두 형태가 있다.

금융지주회사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금융 지배구조로 자리잡아 왔다.

전세계 자산규모 상위 30개 은행의 경우 일본을 제외하고는 거의 지주회사 형태다.

일본도 1997년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관련 법률을 정비함으로써 대열에 합류했다.

금융지주회사가 생겨난 배경은 각 나라의 여건에 따라 다르다.

미국의 경우 각종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융지주회사제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다른 주에서의 은행영업을 제한하는 맥파든법(1927~1994년)과 은행 증권 등 금융업간의 직접겸업을 금지한 글래스-스티걸법(1933~1999년)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나온 것이다.

그 결과 은행지주회사는 미국 은행조직의 대표적인 형태로 굳어졌다.

전통적으로 금융 겸업주의가 강한 유럽은 지주회사의 필요성이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투자은행업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주회사 방식으로 이 분야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자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추세다.

<> 도입 효과와 해외 현황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기존의 자회사방식과 달리 지주회사제는 여러 금융회사를 수평적으로 계열화함으로써 부실이 파급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종합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른바 범위의 경제다.

업종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세계적인 흐름에도 부합된다.

고객 입장에선 한 곳에서 여러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원스톱뱅킹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지주회사제는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무리한 합병에 따른 비효율을 방지하면서 금융기관의 통합 및 재편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내 도입 과제 =정부가 구상중인 금융지주회사는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은행들을 지주회사라는 ''우산'' 아래 모으는 방식이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부실이 심화될 경우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미국.유럽과 같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 자발적으로 형성된 금융지주회사의 본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부실 은행 몇개를 지주회사로 묶는다는 정부 방침은 다른 업종을 하나의 우산 아래 두고 종합적인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당초 지주회사 취지와 다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의 자율적 결정에 의해 이업종간 짝짓기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몇몇 은행끼리 지주회사로 묶는 것은 실질적인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거대한 덩치를 앞세워 국내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는 해외 대형 금융기관들의 공세를 막기 위해서도 금융지주회사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