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엑셀은 미국에는 국내 이름 그대로 수출되지만 프랑스에서는 이 회사의 1호 수출차인 "포니"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한국차의 신화였던 포니의 명성을 이용한 전략이다.

승용차는 두가지 이름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내수용과 수출용 이름이 다른 것.

신차인 경우에도 예전의 모델이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을 때는 그 모델의 이름을 수출용 이름으로 그대로 쓸 때가 많다.

높은 인지도를 살리면서 마케팅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가 지난 4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아반떼XD 역시 외국 이름은 이미 국내에서는 생산이 중단된 엘란트라다.

이전 모델인 아반떼와는 완전히 다른 차지만 아반떼가 미국에서 엘란트라라는 이름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던 점을 의식한 결정이다.

기아의 경차 비스토도 해외에는 현대의 경차 아토스 이름을 따 "아토스 프라임"이란 이름으로 수출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아토스 지명도가 더 높기때문이다.

이 회사의 신차 스펙트라는 국내에서는 지난 5월말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이름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몇년전부터 슈마의 수출용 이름으로 사용돼 왔다.

현대 베르나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엑센트의 후속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뉴엑센트로 팔린다.

이 회사의 티뷰론은 미국 이외의 해외시장에서는 쿠페로 통하며 기아 크레도스는 클라루스란 이름을 쓰고 있다.

외국차와 이름이 겹쳐 불가피하게 해외이름을 따로 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오는 20일부터 시판되는 기아 옵티마는 유럽시장에서 오펠이 같은 이름의 승용차를 이미 판매하고 있어 유럽 이름을 새로 지어야 한다.

과거 현대 엘란트라도 유럽에서 이름이 겹쳐 란트라로 개명해 판매됐었다.

현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수출명을 현지어로 작명하는 경우도 많다.

대우의 중국 수출용 차 이름이 대표적이다.

티코는 치아오롱(巧龍),누비라는 뤼슁지아(旅行家),프린스는 왕지(王子)란 이름으로 팔린다.

쌍용 무쏘는 스페인에선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받아들여져 코란도란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차 이름에는 자동차업계의 고뇌가 담겨있다.

소비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쳐지느냐에 따라 출발(출고)부터 성공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차 이름에 각별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도 그래서다.

현대 트라제XG는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그랜저XG의 뒷부분 영어를 딴 경우다.

XG는 최고의 영광(eXtra Glory)의 준말로 최고급차의 안정성과 기능을 강조한 말이다.

EF쏘나타의 EF는 우아한 감각(Elegant Feeling)을 뜻하며 아반떼XD의 XD는 뛰어난 성능(eXcellent Driving)에서 따왔다.

최근 들어서는 스페인어나 라틴어가 많이 채용되는 추세다.

현대 에쿠스(해외명 센테니얼)는 라틴어로 신화에 나오는 천마에서 따온 것이고 베르나는 "열정",티뷰론은 "상어",마티즈는 "느낌"을 각각 뜻하는 스페인어다.

또 레간자는 "우아한 힘"이라는 의미로 스페인어인 엘레강스와 포르자의 합성어이며 라노스도 라틴어인 라토스와 노스의 합성어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차"라는 뜻을 갖고 있다.

<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 >